왜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그렇게 외계인 음모론에 집착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외계인 음모론이 싫다는 건 아니에요. 반대로 전 좋아해요. 하지만 [트랜스포머]와 음모론은 안 어울리지 않습니까. 음모론은 가짜라도 은근히 진짜 같다는 느낌이 들어야 하는데, 자동차로 변신하는 외계 로봇이 여기에 어울리나요.


하여간 2편 외계인 고대문명 기원설에 이어, 3편에서 소재로 삼은 건 아폴로 달착륙 음모론입니다. 여기에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영화가 취한 건 달에 외계인이 남긴 무언가가 있고 아폴로 계획의 진짜 목표도 그것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죠. 이 영화에서 아폴로 우주인들이 탐사한 건 거대한 오토봇 우주선이지만요. 이 설정은 [트랜스포머] 프리퀄 소설책에도 나온다고 합니다만.


웃기는 건 마이클 베이가 이 음모론 이야기를 나사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버즈 올드린의 카메오도 나온다고요! 아마 이 음모론이 달착륙 조작설보다 나사의 자존심에 어울렸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긴 할리우드 영화의 적극 홍보도 나쁠 건 없죠.


시리즈 내용과 어떻게 연결되냐고요? 뒤늦게 나사의 기밀을 알게 된 오토봇 무리는 달로 날아가서 우주선에서 슬립 모드로 있던 센티넬 프라임을 데려오는데, 여기엔 지구를 정복하려는 디셉티콘의 음모가 숨어 있었다 이겁니다. 이 때문에 시카고가 박살나는 대규모의 소동이 일어나고 오토봇과 용감한 미군과 이제 막 직장에 취직한 샘과 영국인 여자친구 칼리는 디셉티콘과 길고 지리한 전투를 벌입니다.


이야기나 액션은 앞의 [트랜스포머] 영화들과 크게 다를 게 없습니다. 이 시리즈의 영화들은 다들 고만고만하죠. 단지 이런 고만고만한 영화들을 계속 보면 질리게 됩니다. 1편에서는 "와, 아빠가 나에게 사준 고물차가 외계에서 온 변신 로봇이었어!"라는 엄청난 경이감의 체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2편으로 넘어가면 그건 일상이에요. 3편으로 넘어가면 그건 지루한 일상이고요. 여전히 같은 걸 반복하고 있지만 주인공이나 관객들이 체험하는 쾌락의 수준은 전혀 다릅니다. 변신로봇요? 1편에서 전 로봇들의 이름들을 다 암기했습니다. 3편에는 네 명만 빼면 누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관심도 없어요.


이러니 빈 칸을 채워줄 무언가를 넣어주어야 하는데, 마이클 베이는 그냥 액션을 더 크고 요란하게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이제 동네 대신 시카고를 부수고 디셉티콘 로봇들의 숫자를 늘리고 액션의 시간도 늘리고. 아, 물론 이런 건 3D로 해야죠.


이렇게 물량 공세를 퍼부어도 액션 영화의 쾌감은 떨어집니다. 일단 범블비, 옵티머스 프라임, 메가트론, 센티넬을 제외한 다른 로봇들은 아무리 죽어라 싸워도 구별을 못하겠어요. 로봇 상태에서 녀석들은 고철들을 스프링을 엮어 쌓아놓은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가끔 산만하게 흩어진 루브 골드버그 머신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이들이 서로를 부수는 건 구경하는 건 그냥 지루해요. 언론에서 극찬하는 3D는? 종종 안경을 벗고 보면 액션에서 그 3D 효과가 예상보다 의미가 없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이런 것에 사람들이 잘 속는 걸 보면 참 신기해요.


그래도 인간인 샘은 감정이입의 여지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는 그 동안 참 매력없는 청년으로 컸더군요. 신경질적이고 자기중심적이고 오만방자하고. 아마 그래서 미카엘라에게 차였나 보죠. 용감한 미군은? 웃기고요. 새 여자친구 칼리는? 아, 미카엘라는 할리우드식 미인이었지만 그래도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로지 헌팅튼-와이틀리가 연기한 칼리는 아무리 봐도 그냥 런웨이에서 뛰쳐나온 수퍼모델처럼 보입니다. 몸매만 보일 뿐 사람이 안 보여요. 연기도 안 좋고.


3편으로 이야기는 대충 종결됩니다. 여전히 4편을 만들려면 만들 수도 있지만 이 정도면 "아, 이야기가 이렇게 끝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는 돼요. 마이클 베이도 슬슬 이 시리즈를 떠서 다른 뭔가를 해야죠. 모두에게 지치는 경험이었어요. (11/06/28)


★★☆


기타등등

아무리 메간 폭스에 대한 험한 말들이 많아도, 전 여전히 이 사람이 그립더군요. 미카엘라가 없는 [트랜스포머]는 뭔가 빠진 거 같아요.

 

감독: Michael Bay, 출연: Shia LaBeouf, Rosie Huntington-Whiteley, Josh Duhamel, John Turturro, Patrick Dempsey, Tyrese Gibson, Frances McDormand, John Malkovich, Alan Tudyk, Ken Jeong


IMDb http://www.imdb.com/title/tt1399103/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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