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싹한 연애 (2011)

2011.11.24 16:18

DJUNA 조회 수:15494


[오싹한 연애]는 [엽기적인 그녀]에 [식스 센스]를 얹은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이 영화의 감독인 황인호는 비슷한 구조의 [엽기적인 그녀] 영화인 [두 얼굴의 여친]의 작가이기도 하죠.


언급된 영화 제목들만 봐도 짐작하시겠지만, 이 영화에서 손예진이 연기하는 주인공 여리는 고등학교 때 교통사고를 당했다가 간신히 살아남은 뒤로 계속 귀신을 봅니다. 여리와 가까운 사람들도 역시 귀신을 보기 때문에 그 이후로 계속 외톨이 신세죠. 이러다가 여리는 마술사 조구에게 영감을 주고 호러 마술을 시작한 그의 조수로 들어갑니다. 당연히 둘은 사랑에 빠지고 조구 역시 귀신을 보게 됩니다.


제목과 포스터만 봐도 롤러코스터 같은 요란한 소동들로 채워진 코미디가 기대됩니다. 물론 [엽기적인 그녀] 영화니까 중반 이후로는 신파로 빠지겠지만 그래도 그 때까지는 장르혼합의 난장판 안에서 바쁘게 놀지 않을까요.


영화 초반까지, 그러니까 조구가 첫 번째 귀신을 볼 때까지는 그 기대가 채워질 것 같습니다. 귀신들도 많이 나오고, 그와 관련된 코미디도 많은 편이며, 여리도 시선을 끄는 주인공이죠. 하지만 일단 여리가 조구와 연애를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 기대는 서서히 꺼져갑니다.


이 이후도 한 동안 괜찮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손예진의 팬이라면요. 이후 영화는 자기가 호러 코미디라는 걸 깜빡하고 손예진 개인기 쇼로 갑니다. 그리고 손예진은 귀엽고 예쁩니다. 문제는 그게 다라는 것입니다. 영화 내용과 별 관계 없는 손예진 쇼만 있어요.


이후로 영화는 점점 더 풀어집니다. 여기서부터는 호러는 자취를 감추고 그냥 로맨틱 코미디만 남습니다. 설정에 따르면 공포와 사랑의 감정 사이에서 싸워야 하는 겁쟁이인 조구의 캐릭터는 전혀 남아 있지 않고요. 그 빈 자리를 키스 하는 법, 남자 사귀는 방법에 대한 뻔한 이야기들이 차지하는데, 전 [오싹한 연애]라는 제목의 영화에서 그런 걸로 시간 채우는 걸 보고 싶지 않거든요. 그러려면 그냥 [섹스 앤 더 시티]를 보고 말죠.


영화의 신파와 소재가 만나는 부분이 있긴 합니다. 여리라는 캐릭터의 외로움이죠. 이는 한 번쯤 제대로 다루어주어야 할 필요가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여기에 필요 이상으로 집중해서 영화 전체를 신파로 만들어버려요.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친구 귀신이 너무 조금 쓰인 것도 어색하기 이를 데가 없고요.


중요한 일반론이 교훈으로 등장할 때입니다. 심각한 것과 진지한 것은 전혀 다르다고요. 자기 생각에 진지한 것처럼 보이는 주제에 지나치게 심각하게 빠지면 영화 전체가 무게를 잃을 수도 있다고요. [오싹한 연애]는 제대로 캐스팅된 배우들과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가진 영화지만 계산착오와 혼자만 심각한 태도 속에서 가진 걸 거의 대부분 날려버렸습니다. (11/11/24)


★★


기타등등

아마 이 영화는 손예진이 교복 입고 나오는 마지막 작품으로 기록되지 않을까요. 

 

감독: 황인호, 출연: 손예진, 이민기, 신성훈, 윤지민, 박철민, 황승언, 김현숙, 이미도, 다른 제목: Chilling Romance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Chilling_Romance.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8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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