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신은 고양이 Puss in Boots (2011)

2011.12.31 23:36

DJUNA 조회 수:13367


[슈렉]은 속편이 지나치게 많은 영화였습니다. 그냥 딱 하나만 더 내도 충분할 것을 억지로 이야기를 만들어 질질 끄느라 슈렉과 친구들 모두 고생이 많았죠. 하지만 슈렉의 친구 장화신은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 아이디어는 여전히 논리적이었습니다. 네, [슈렉] 속편들은 대부분 지루했습니다. 하지만 첫 번째 속편에서 갑자기 툭 튀어나온 장화신은 고양이는 사정이 달랐죠. 충분히 혼자서 영화를 끌어갈만한 카리스마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슈렉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무언가를 들려줄 것도 같았습니다.


결국 [장화신은 고양이]라는 영화가 나오고 말았습니다. 이 영화는 슈렉과 전혀 상관없는 일종의 프리퀄로서, 장화신은 고양이의 기원담 비슷합니다. 한 때 마을의 영웅이었지만 억울한 누명을 쓰고 도망다니고 있는 검객 장화신은 고양이는 어린 시절 친구였던 험티 '알렉산더' 덤티를 만나 그와 함께 잭과 질이 갖고 있다는 마법의 콩을 훔치려 합니다. 가면 쓴 여자 도둑인 말랑손 키티가 여기에 가담하지요.


"뭐가 달라진 거야?"라고 물으실 법 합니다. 전통 동화와 현대 대중문화 인용을 섞어 능글맞은 할리우드 영화를 만든다는 방법 자체는 달라진 게 없으니까요. 하지만 슈렉을 걷어내고 장화신은 고양이를 그 자리에 세우니까 많은 게 달라집니다.


가장 먼저 바뀐 것은 분위기입니다. 패러디의 방향이 달라졌어요. [슈렉] 영화에서는 대중 문화 인용은 주로 영리한 척 하는 코미디의 재료였습니다. 하지만 [장화신은 고양이]는 이를 영화적 액션의 재료로 삼아요. 영화가 주로 인용하는 것은 세르지오 레오네 스타일의 스파게티 웨스턴의 전통과 에롤 플린식 전통 활극으로, 이들은 패러디보다는 오마주에 가깝습니다. 그 결과 창출되는 건 여전히 코미디지만 영화적으로는 훨씬 진지한 의미를 가져요. 기존 [슈렉] 영화와 타란티노 사이에 있다고 보면 됩니다.


영화의 스토리는 가벼운 농담으로, 그리 깊이 있게 생각할 종류는 아닌데, 종종 예상 외로 진지한 구석이 발견됩니다. 장화신은 고양이와 험티 덤티의 관계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끈질기게 주제를 물고 늘어져서 오히려 영화의 속도감이 떨어질 정도죠. 이 영화의 성배인 '황금 알을 낳는 거위' 역시 거의 우직스러울 정도로 충실한 논리에 따라 전개되는데, 그 때문에 그 농담이 오히려 더 튀어보이기도 합니다.


스페인어 문화권 정서가 놀랍도록 강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스페인이 무대니까 그건 당연한 거겠죠. 하지만 그래도 기대했던 것 이상입니다. 종종 영어로 더빙된 스페인어 영화를 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죠. 기예르모 델 토로의 이름이 보이던데, 그가 이 영화에 얼마만큼 기여했는지 궁금해요.


장화신은 고양이 캐릭터는 [슈렉] 시리즈 때보다 훨씬 집중적으로 활용됩니다.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목소리만으로도 존재감이 만만치 않고, 캐릭터의 역할은 더 극적이고 액션도 늘었죠. 특히 고양이 농담의 수는 엄청나게 많아요. 고양이 애호가들은 반드시 봐야 할 영화입니다.


하여간 이 정도면 속편을 기대해도 되겠습니다. 오히려 시리즈로서 [슈렉]보다 가능성이 있어요. 지금 위치에서 보면 장화신은 고양이 캐릭터는 어디로든 갈 수 있으니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영역이 훨씬 넓지요. (11/12/31)


★★★


기타등등

전 [슈렉]과 [장화신은 고양이]에 나오는 인간 캐릭터들을 보면 조금 오싹해요. 이 영화들이 늘 조금씩 미완성으로 느껴지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감독: Chris Miller, 출연: Antonio Banderas, Salma Hayek, Zach Galifianakis, Billy Bob Thornton, Amy Sedaris, Constance Marie, Guillermo del Toro


IMDb http://www.imdb.com/title/tt0448694/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3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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