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크 랜드 Stake Land (2010)

2011.07.22 12:21

DJUNA 조회 수:13665


미국은 멸망했습니다. 핵전쟁이나 테러 때문에? 아뇨. 뱀파이어 때문에요. 갑작스러운 전염병 때문에 미국인 대부분이 죽거나 뱀파이어가 되어버렸어요. 그렇다고 이들이 모두 얼굴에 분칠한 로버트 패틴슨처럼 변했을 거라 생각하신다면... 참으로 비관적이십니다.


[스테이크 랜드]의 뱀파이어는 최근에 유행하는 에로틱한 판타지물에 나오는 예쁜 아이들과는 전혀 상관없습니다. 피부는 썩어 문드러졌고 지능은 짐승 수준으로 퇴화했어요. 뱀파이어보다는 좀비에 더 가까워보입니다. 하지만 몇백 년 전만 해도 뱀파이어! 하면 유럽 사람들이 떠올리는 이미지는 이런 것이었습니다. 연미복을 입은 벨라 루고시는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졌죠.


주인공 소년 마틴은 이런 뱀파이어에게 부모를 잃었습니다. 그는 아슬아슬한 순간에 나타나 그의 목숨을 구해준 미스터라는 남자와 함께 고물차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가는 중이죠. 북쪽 어딘가엔 뉴 에덴이라고 뱀파이어로부터 안전한 곳이 있답니다. 가는 길에 그들은 전직 수녀, 십대 임신부, 전직 해병대원을 무리로 받아들입니다.


영화에 나오는 묵시록적 비전은 평범합니다. 이런 영화들은 정말 수도 없이 만들어졌어요. 그리고 [스테이크 랜드]는 장르의 장단점을 모두 받아들입니다. 비전의 신선함으로 칭찬받을 영화는 아니에요. 하지만 우직할 정도로 정직하고 성실한 영화입니다. 그리고 효과적이기도 하지요. 쥐꼬리만한 제작비로 만들었을 게 뻔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그리는 대격변 이후의 세계는 상당히 그럴듯하단 말이죠. 적절한 로케이션 촬영의 도움을 받았겠지만요.


영화가 가장 공을 들여 그리는 것은 종교입니다. [스테이크 랜드]는 미국 극우파 개신교도들에 대한 야유이기도 해요. 이 영화의 진짜 악당들은 뱀파이어가 아니라 뱀파이어를 성경에서 예언한 종말의 도구로 보고 이들을 일부러 돕는 광신도들인 형제단입니다. 이렇게 요약해 말하니 억지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내용의 흐름을 보면 정말 이치에 맞습니다. 그래도 너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처럼 보일까봐 그에 대응하는 존재로 인간적인 가톨릭 수녀를 세운 게 아닐까요. 그 사이에서 여러 기독교 이미지와 상징들이 충돌하는데, 이 중엔 뉴 에덴처럼 뻔한 것도 있고, 수녀가 밭에서 접하는 특정 십자가 상징처럼 아이러니컬하고 압도적인 것도 있습니다.


영화는 가차없습니다. 세상은 가혹하고 주인공들에게 닥치는 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결코 보고 즐거워질 이야기는 아니지만 적어도 관객들은 영화가 자신이 품고 있는 세계와 관객 모두에게 솔직하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한마디로 [트와일라잇] 시리즈에 대한 완벽한 해독제인 겁니다. (11/07/22)


★★★


기타등등

1. 주인공 마틴의 장황한 내레이션은 지겨웠습니다. 대부분 쓸모도 없었어요.


2. 켈리 맥길리스가 이렇게 나이 든 모습으로 나오다니, 당황스러워요.

 

감독: Jim Mickle, 출연: Connor Paolo, Nick Damici, Danielle Harris, Kelly McGillis, Bonnie Dennison, Michael Cerveris, Sean Nelson


IMDb http://www.imdb.com/title/tt146458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8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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