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비 어프레이드 - 어둠 속의 속삭임]의 원작은 1973년에 방영된 동명의 텔레비전 영화입니다. 동명이니까 그 영화 제목은 그냥 [Don't Be Afraid of the Dark]죠. 번역제를 도대체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그냥 장황하고 지저분하기만 하네요.


영화는 트로이 닉시의 장편 데뷔작이지만, 제작자/각본가인 기예르모 델 토로의 영향 아래 있습니다. 어렸을 때 텔레비전으로 원작 영화를 본 기억을 되살려 자기만의 영화를 만들고 싶어했던 소박한 유희의 결과물인 거죠.


샐리라는 소녀가 주인공입니다. 이 아이는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뉴욕의 엄마집을 떠나 아빠와 아빠의 여자친구가 복원 중인 로드 아일랜드의 옛 저택으로 가는데, 그 저택 지하에는 작고 무시무시한 이빨 요정들이 살고 있었다는 거죠. 척 봐도 델 토로가 각본에 개입한 티가 확 납니다. 원작의 성인 주인공을 어린 소녀로 바꾼 것, 고딕 냄새를 풀풀 풍기는 사악하고 작은 괴물들의 캐릭터만 봐도 알 수 있지요.


전 이 이야기가 꽤 무섭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른들이 믿어주지 않는 끔찍한 상황 속에서 외톨이로 고립된 아이의 절망감은 저에게 언제나 먹힙니다. 그리고 이빨요정들이 칼, 송곳, 가위와 같은 공구들을 이용해 휘두르는 폭력에는 무시할 수 없는 현실감이 있지요. 전 이런 것들이 나올 때마다 움찔하게 됩니다.


단지 영화는 이런 위험성을 정당화하기 위해 캐릭터를 지나치게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샐리의 아빠 알렉스는 거의 견디기 힘든 갑갑한 바보가 되어버리죠. 아무리 초자연적인 힘이 개입되었다고 해도 그 정도 소동이 벌어졌는데 아무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조사를 하지 않는 것도 어색하고요.


이 와중에 아빠의 여자친구 킴과 샐리의 이야기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둘 사이에는 의미 있는 드라마가 싹 틉니다.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에요. 하지만 영화가 막판 결말을 위해 킴의 위치를 낭비해버리는 건 좀 그렇더군요. 뒷부분은 정서적으로 제대로 맺어진 것 같지 않습니다. "이 사람들, 왜 저러면서 끝내는 거야!"라는 생각이 더 먼저 들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여전히 [돈 비 어프레이드 - 어둠 속의 속삭임]이 어린 관객들을 위한 좋은 호러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걸 보면서 영화를 시작한 아이들이 나중에 [샤이닝]과 [엑소시스트]의 세계로 들어오는 거죠. (11/08/20)


★★★


기타등등

1. 베일리 매디슨과 케이티 홈즈는 너무 닮아서 둘이 모녀로 나오지 않은 게 오히려 어색하더군요.


2. 애비뉴엘에서 한 시사회로 보았는데, 디지털 상영에 사용된 소스가 영 별로였어요. 영화 내내 붕 떠보이더군요. 장르와 내용 때문에 콘트라스트가 아주 중요한 영화였는데. 요샌 왜 다들 일을 이렇게 대충 하나요...

 

감독: Troy Nixey, 배우: Bailee Madison, Katie Holmes, Guy Pearce, Garry McDonald, Jack Thompson, Julia Blake, James Mackay


IMDb http://www.imdb.com/title/tt1270761/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69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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