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전히 [파라노말 액티비티]가 시리즈가 되어야 할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의 아이디어는 단발성이죠. 한 번 하면 재미있지만, 계속 이어지다가는 불필요한 설명만 잔뜩 붙은 자기반복이 되고 맙니다. 그래도 결국 나온 [파라노말 액티비티 2]는 그 일반론을 증명하는 지루한 예처럼 보였죠. 그래서 [파라노말 액티비티 3]도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는데... 흠, 이건 예상외로 나쁘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2편보다는 훨씬 좋았어요.


영화는 2편처럼 프리퀄입니다. 이 시리즈는 계속 과거로 가요. 이번엔 1988년, 그러니까 크리스티와 케이티 자매가 어린 소녀였던 시절을 다룹니다. 설정은 자매의 엄마와 동거하는 남자친구 데니스가 결혼식 비디오 촬영 전문가이며 집에 이상한 현상이 일어난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방 이곳 저곳에 카메라를 설치했다는 것입니다. 왜 이들 자매 주변엔 늘 촬영에 집착하는 남자들이 맴도는 걸까요. 전 모릅니다. 안다면 그 자체를 이야기 소재로 삼을 수도 있을 텐데.


여전히 그렇게 이치가 맞지는 않습니다. 2편만큼은 아니더라도 1편보다는 어색하죠. 일단 1988년에, 그것도 3배속으로 녹화한 VHS 비디오 테이프 영상을 비스타 화면 비율로 크로핑했는데 화질과 음질이 이렇게 좋은 건 있을 수가 없는 일입니다. 이들이 카메라 속 마지막 테이프까지 꼼꼼하게 정리되어 보관될 가능성도 별로 없고요. 꼭 그럴 필요가 없는 위기의 순간에도 주인공이 카메라를 질질 끌고 다니는 상황들 역시 반복됩니다. 카메라가 꽤 큰 편인데 말이에요.


그래도 새로 감독을 맡은 헨리 주스트와 에어리얼 슐먼은 1편이 성공적이었던 이유를 알고 있습니다. 2편과는 달리 영화는 성공적으로 리듬을 타고 있습니다. 불필요한 설명을 늘어놓느라 타이밍을 놓치는 대신, 사소하고 단순한 재료들이 조금씩 반복되는 동안 증폭되어 커다란 울림으로 변하는 과정에 더 집중하고 있지요. 그러면서 군데군데에 사악한 유머를 섞기도 하는데, 그건 주로 후반부에 본격적으로 터집니다.


영화는 새 아이디어와 재료도 갖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니까 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긴장감과 질감이 생겨납니다. 카메라를 가지고 노는 새로운 방법도 하나 만들었습니다. 데니스는 벽으로 가려진 두 공간을 모두 보기 위해 선풍기의 자동회전기능을 이용해 카메라를 자동적으로 움직이는데, 이 기계적인 움직임이 그럴싸한 서스펜스를 만들어내는 겁니다.


1편을 (그것도 영화제에서) 처음 보았을 때 느꼈던 신선한 느낌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원래 반응이 무덤덤하기로 유명한 언론시사회가 아니었습니까. 하지만 영화의 재미는 썩 좋은 편입니다. 그건 아마 그 동안 제가 이 시리즈에 어느 정도 타협을 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죠. 너무 현실성에 집착하지 않고 적당히 속아넘어갈 수 있는 여유를 배웠달까요. (11/10/18)


★★★


기타등등

블러드 메리 장면은 예고편과 실제 영화가 많이 다르더군요.

 

감독: Henry Joost & Ariel Schulman, 출연: Chloe Csengery, Jessica Tyler Brown, Lauren Bittner, Christopher Nicholas Smith, Dustin Ingram, Sprague Grayden, Katie Featherston


IMDb http://www.imdb.com/title/tt1778304/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2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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