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타임 In Time (2011)

2011.10.25 21:53

DJUNA 조회 수:17831


앤드루 니콜의 [인 타임]은 완벽하고 인상적이지만 전혀 말이 안 되는 설정으로 시작합니다. 이 영화의 세계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25살 이후 노화를 멈추고 그 뒤로 딱 1년의 수명을 보장 받습니다. 사람들은 남아있는 수명을 돈 대신 받거나 지불해요. 빈민가 사람들은 매일 하루치를 벌며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다가 시간을 다 쓰는 순간 심장마비로 죽습니다. 하지만 부자들은 마음만 먹는다면 25살의 외모로 영생을 누릴 수가 있지요.


어떻게 지금의 세계가 [인 타임]의 세계로 이행했는지 설명하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 까다로운 시스템은 보드 게임 규칙처럼 인공적이고 무의미하니까요.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역사를 생각해 봐도 이상합니다. 여기저기 100살을 넘긴 부자들이 있고, 나이 든 사람들은 보이지 않으니, 막연히 '유전자 조작의 결과'라고 설명되는 이 시스템은 최소한 1세기가 넘었음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기술 수준은 여전히 우리 시대와 비슷해보이는 정도거든요. 아니, 더 나쁘죠. 어느 누구도 휴대전화를 갖고 있지 않고, ATM도 없으니까요. (하긴 이 두 개만 있었어도 영화는 시작하기 전에 끝났겠죠.)


이야기는 20세기 초중엽의 펄프소설에서 그대로 따온 것 같습니다. 빈민가에 사는 윌 살라스라는 청년이 있는데, 어느 날 그는 정신나간 백만장자가 그의 동네에서 미닛맨이라는 갱들에게 당하는 걸 구출해줍니다. 그런데 그 억만장자는 그의 전재산, 그러니까 그의 전수명을 살라스에게 넘겨준 뒤 자살해버려요. 부자들에 대한 막연한 복수심에 불타는 살라스는 부촌인 뉴 그리니치로 가는데, 어쩌다가 이 세계의 경찰인 타임키퍼에게 살인죄로 체포될 위기에 빠졌다가 억만장자 필립 와이스의 딸 실비아를 인질로 삼아 탈출합니다.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몬테 크리스토 백작], [타이거, 타이거], [보니와 클라이드], [39계단]과 같은 작품들을 적당히 섞은 것 같습니다.


영화는 설정 때문에 죽기도 하고 살기도 합니다. 일단 위에서도 말했지만 이 설정은 너무나도 인위적이기 때문에 주인공이 아무리 꼼꼼하게 설명을 해주어도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트와일라잇 존]의 에피소드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장편인 경우는 현실성을 살리기가 어렵죠. 하지만 재산을 시간과 수명으로 대체하는 아이디어는 철학적으로 그럴싸해보이기도 하고, 빈부격차가 극단적인 현대자본주의 사회의 위험성을 보다 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버스값이 모자라서 달려가다가 수명이 떨어져 죽을 수도 있는 세계니까요!


전 손해가 더 큰 것 같습니다. [인 타임]은 설정에 깔려버린 영화예요. 아이디어가 캐릭터, 스토리, 농담, 액션, 대사 모두를 감금하고 지배하지요. 1세기 이상 지속된 사회인데도, 모든 사람들이 아직 이를 신기해하고 낯설어하며 여기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생각하니, 당연히 어색해요. 시간과 관련된 온갖 영어 관용구들이 영화에 맞게 개조되어 사용되는데, 초반 몇 분이나 재미있지, 곧 질리고요. 액션 역시 여기에 맞추다보니 시시해지거나 말도 안 되거나 악당들이 지나치게 바보가 되어 버립니다. 설정에 맞추어 젊은 배우들만 나오다보니 그림이 심심해져 버리는 것도 치명적인 문제.


니콜은 지금까지 극단적인 가상 세계를 그린 SF 영화에 참여해왔고, 그 대부분은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도 다른 길을 택해야 하지 않을까요. [인 타임]에서 그는 자신의 장기를 총동원하는데, 모두 이전과는 달리 매너리즘의 잔재로 보여요. 정말로 위험한 시기인 겁니다... 아, 왜 이리 먹먹하지... (11/10/25)


★★


기타등등

1. 알렉스 페티퍼가 영국인이었군요. 이 사람이 영국억양으로 말하는 건 이 영화에서 처음 봤어요.


2. 할란 엘리슨이 이 영화가 자기 단편 ["Repent, Harlequin!" Said the Ticktockman]을 표절했다고 고소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어요. 주제는 전혀 다르지만 여러 모로 비슷하긴 합니다. 하긴 [트루먼 쇼]와 썩 비슷한 [트와일라잇 존] 에피소드도 하나 있었지요. 하늘 아래 전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란 없는 법. 할란 엘리슨의 단편도 [1984]에서 스토리를 훔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감독: Andrew Niccol, 출연: Justin Timberlake, Amanda Seyfried, Vincent Kartheiser, Cillian Murphy, Matt Bomer, Olivia Wilde, Alex Pettyfer


IMDb http://www.imdb.com/title/tt1637688/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6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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