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 하이스트 Tower Heist (2011)

2011.11.09 12:04

DJUNA 조회 수:7866


[타워 하이스트]는 가장 안전한 종류의 범죄영화입니다. 여기서 돈을 털리는 피해자는 폰지사기로 투자자들의 돈을 몽땅 날린 뒤 아파트에 자택연금된 악당이고, 그가 어딘가에 숨겨놨다는 비자금을 훔치려는 가해자는 그에게 속아 전재산을 날린 아파트 직원들입니다.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범죄에 동조한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전혀 느낄 필요가 없어요. 특히 요즘 같은 때에는. 보면서 개봉 타이밍이 꽤 좋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프리 아처의 [한푼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가 떠오르는데, 그 책과는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아처의 소설에서 주인공들은 나름 전문분야에서 뛰어난 사람들이었지요.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그냥 많이 모자랍니다. 그들의 유일한 장점은 표적이 사는 아파트의 내부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것인데, 정작 영화에서는 부지런한 도둑이 며칠 동안 연구하면 알아낼 수 있는 정도의 지식밖엔 쓰이지 않아요. 부족한 경험을 보완하기 위해 스카우트한 동네 범죄자도 별볼일 없는 건 마찬가지고요.


그 결과 비현실적인 코미디들이 속출합니다. 가장 노골적인 것은 추수감사절 퍼레이드가 한참 진행 중이라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풍선들이 있는 하늘을 향해 있는데 아무도 고층빌딩 바깥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눈치채지 못한다는 것이죠. 하긴 비자금을 숨겨놓는 방법 자체도 말이 안 됩니다. 불필요한 노력이 들어가고 발각되기 쉽지요. 악당을 궁지에 몰아넣는 마지막 단서 역시 어이가 없을 정도로 발각되기 쉬운 곳에 노출되어 있어서, 그 동안 FBI가 뭐했나, 하는 생각이 들죠.


빈약한 액션을 채우기 위해 코미디가 동원되는데, 대부분은 그냥 그렇습니다. 화끈하게 터지는 농담은 거의 없고 몇몇은 민망할 정도로 나쁩니다. 단지 이 평범한 재료를 노련하게 활용하는 벤 스틸러나 에디 머피와 같은 전문가들의 호연이 돋보이죠.


그래도 [타워 하이스트]는 아무런 생각 없이 극장을 찾았다가 별 생각 없이 스크린을 노려보며 두 시간을 보내고 극장을 나서면서 모든 걸 싹 잊고 싶은 관객들에게는 맞춤 영화입니다. 말 그대로 팝콘 같아요. 요샌 이런 영화들의 가치도 무시하지 않게 되더군요.(11/11/09)


★★☆


기타등등

영화의 무대가 되는 아파트 '타워'는 뉴욕의 트럼프 타워입니다. 

 

감독: Brett Ratner, 출연: Ben Stiller, Eddie Murphy, Casey Affleck, Alan Alda, Matthew Broderick, Stephen Henderson, Judd Hirsch, Téa Leoni, Michael Peña, Gabourey Sidibe, Nina Arianda


IMDb http://www.imdb.com/title/tt0471042/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2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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