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단짝 친구인 닉, 데일, 커트는 모두 끔찍한 직장상사 때문에 인생이 말이 아닙니다. 닉의 상사 데이브 하켄은 부하를 장난감 쯤으로 여기는 사이코 악당이고, 데일의 상사인 줄리아 해리스는 성추행범이며, 커트의 상사 바비 팰렛은 회사를 ATM 쯤으로 여기는 난봉꾼에 마약 중독자입니다. 참다참다 못한 이들은 드디어 결론을 내립니다. 세상과 자신들을 위해 그들을 죽이겠다고요. 이것은 물론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상사 Horrible Bosses]라는 영화 제목만 믿고 극장을 찾은 수많은 관객들의 대리만족을 위한 서비스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서비스를 얼마나 잘 하나? 엉망입니다. 모두 우유부단한 바보들이기 때문이죠. 관객들이 극장에 들어선 뒤부터 생각했을 '교환살인' 아이디어는 러닝타임 3분의 1을 훨씬 넘겨야 나옵니다. 그것도 다른 사람이 친절하게 알려준 뒤에야 고개를 끄덕이는 수준이죠. 그 뒤에 벌어지는 일들도 그들이 얼마나 무능력한지를 보여줄 뿐입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일 겁니다. 살인이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니까요. 아무리 관객들이 주인공에게 동조한다고 해도 그들이 정말 일을 저지르면 관객들의 감정도 변할 수밖에 없습니다. 살인자들도 코미디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관객들의 동조가 필수적인 이런 영화에서는 정말로 선을 넘어서는 안 되지요. 그들은 그냥 바보로 남아있어야 하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영화는 살인계획보다는 지저분하고 무례하며 정치적으로도 그리 공정할 수 없는 잡다한 농담들에 집중합니다. 역시 이해할 수 있는 일이죠.


그러나 이해할 수는 있어도 영화를 보다보면 좀 갑갑하긴 합니다. 그들이 너무나도 멍청해서 자연스럽게 닥친 기회를 수도 없이 날려버리는 건 괜찮아요. 하지만 플롯이 그들의 지능에 맞추어서 대충 쉽게 가려고 할 때는 신경이 쓰입니다. 적절한 운도 중요하긴 해요.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게 그냥 주인공들을 봐주는 것처럼 보입니다. 주인공들을 피해자로 모는 과정과 설명이 은근히 변명처럼 보이는 것도 신경이 쓰이고요. 특히 전 데일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영화의 가장 좋은 부분은 직장상사 역을 맡은 세 배우의 캐스팅입니다. 케빈 스페이시, 제니퍼 애니스턴, 콜린 패럴은 모두 자신의 이미지를 그대로 활용하거나 역으로 뒤집으면서 완벽한 악당의 초상화들을 그리고 있지요. 이처럼 훌륭한 동기부여 캐릭터들이 또 있으려나요.(11/11/09)


★★☆


기타등등

필름 상영이었습니다. 요샌 오히려 이게 낯설더군요.

 

감독: Seth Gordon, 출연: Kevin Spacey, Colin Farrell, Jennifer Aniston, Jason Bateman, Charlie Day, Jason Sudeikis, Donald Sutherland, Jamie Foxx, Julie Bowen


IMDb http://www.imdb.com/title/tt1499658/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6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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