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영혼]이 벌써 20년 전 영화입니다. 한일 합작 리메리크 영화 [고스트 : 보이지 않는 사랑]은 이 영화의 20주년 기념작인 걸까요?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 영화에 과연 기념의 기능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군요. 일부러 열등한 영화를 만들어 원작의 장점을 살리기 위한 게 목표가 아니라면 말이죠.


일단 스토리는 거의 같습니다. 살해당한 뒤 유령이 된 주인공이 애인(이 영화에서는 배우자) 주변을 떠돌다가 운좋게 영매를 만나 작별 인사도 하고 원수도 갚는다는 이야기. 단지 성별이 바뀌었어요. 이 영화에서는 죽는 쪽이 일본인 여자 사업가이고 살아남는 쪽이 한국인 남자 도예가입니다.  


충분히 차별화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성별을 바꾸어 원작의 역학 관계를 바꿀 수도 있고, 한일간 로맨스를 도구로 새로운 이야기를 팔 수도 있지요. 영화는 이 모두를 조금씩 시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송승헌이 연기한 준호가 의외로 보호가 필요한 약자의 위치에 서 있는 건 그가 부유한 일본인 여성과 결혼한, 일본어가 서툰 한국인 남성이기 때문이죠. 주인공들만 아는 한국어 문장이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고요. 전 이 시도들이 무의미하다고 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고스트 : 보이지 않는 사랑]은 문제점이 더 많은 영화입니다. 아무리 봐도 이 영화의 각색은 안이해요. 설정을 크게 바뀌었는데도 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대신 원작을 그냥 따라간단 말입니다. 당연히 어색한 부분들이 속출합니다. 아무리 준호가 상대적 약자라고 해도, 성별이 완전히 바뀐 상황에서 구출받아야 하는 공주 역할을 하는 건 어색해보이죠. 앞에 40분이 넘어가는 로맨스를 추가했으면서도 여전히 원작이 했던 걸 다 하려고 하니 원작의 요약본처럼 보이고요. 


영화는 그냥 물렁하고 느끼하며 묽습니다. 원작을 일본식으로 예쁘고 귀엽게 개작하려 했던 것 같은데, 그 과정 중 원작의 힘이 다 날아가버렸죠. 예를 들어 이 영화에서 주인공에게 염력을 가르쳐 주는 것은 병원에서 만난 예쁜 여자아이 귀신입니다. 귀여워요. 하지만 원작에서 빈센트 스키아벨리가 연기한 무시무시한 지하철 귀신의 미친 존재감을 기대할 수는 없지요. 키키 키린이 연기한 영매는 오다 메이의 요약 압축 버전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기는 커녕 등장하는 장면도 얼마 없습니다. 


배우들은 무난하거나 안 좋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마츠시마 나나코는 너무 예의바르고 얌전해서 감정이 터져나와야 하는 부분에서는 갑갑하고 부자유스러워보입니다. 송승헌은 뻣뻣하고 어색합니다. 둘이 같이 있는 장면에서 화학반응이 어느 정도였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언체인드 멜로디]가 나오는 도예 장면처럼 민망해서 집중하기 어려운 장면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10/11/18)



기타등등

일본에서는 무민이 고양이처럼 생겼답니까? 아니면 제가 모르는 무민이 따로 있나요?


감독: Tarô Ohtani, 출연: Nanako Matsushima, 송승헌, Kirin Kiki, Sawa Suzuki, Mana Ashida, Daisuke Miyagawa, Satoshi Hashimoto, 다른 제목: Ghost : In Your Arms Again

 

IMDb http://www.imdb.com/title/tt165540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5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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