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라이프 After.Life (2009)

2010.08.27 11:16

DJUNA 조회 수:16109


어디까지를 스포일러로 잡아야 할까요? 결말을 밝히지 않고 [애프터 라이프]라는 영화의 리뷰를 쓰는 건 쉽습니다. 하지만 이야기 구조 자체를 밝히지 않고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불가능하거나 무의미하죠. 그리고 구조 자체가 스포일러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그게 걱정된다면 여기서부터 그냥 읽지 마시길.


그럼 그 구조는 무엇일까요. 영화의 주인공 안나 테일러는 남자친구와 싸우고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교통사고를 당합니다. 깨어나보니 그녀는 이마에 흉칙한 상처를 입고 온 몸이 마비된 채 침대에 누워 있습니다. 그리고 엘리엇 디콘이라는 중년의 장의사가 그녀에게 다가와 그녀가 어제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말을 해주네요. 그런데 그녀가 죽었다면 디콘은 왜 안나에게 말을 거는 거고, 안나는 그걸 어떻게 알아듣는 거죠?


여기서 영화는 두 가지 가능성을 열어놓습니다. 하나는 엘리엇 디콘이 자신에게 죽은 사람과 소통하는 초능력이 있다고 믿는 미치광이고 안나는 그에게 납치 감금 당했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안나가 정말로 죽었고 디콘도 진짜 초능력자라는 것입니다. 결말도 둘 중 하나를 지지합니다. 


[애프터 라이프]에서 특이한 건 결말을 보고도  무엇이 진상인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기엔 해결되지 않는 미스터리가 너무 많죠. 영화는 양쪽 모두를 지지하는 떡밥들을 잔뜩 뿌려놓고는 끝날 때까지 이들을 다 수거하지 않고 내버려 둡니다. 고로 형식적인 결말이 끝난 뒤에도 안나가 정말로 죽었는지, 살았는지의 문제는 미결로 남습니다. 


이 애매함은 영화의 테마와 그대로 연결됩니다. 안나가 죽었는가는 생각만큼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안나가 디콘의 작업실에 들어오기 전에도 그렇게 생생하게 살아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삶의 가치에 대한 묵상으로 이어지는데, 그 방향에 대해서는 여러분도 충분히 짐작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전 [영혼의 카니발] 생각이 계속 나더군요.


[애프터 라이프]는 이 주제를 살리기 위해 스릴러의 구도를 도입했는데, 이건 영화가 가장 실패한 부분입니다. 이 영화의 애매한 중층구조는 긴장감있는 스릴러를 지탱할만한 지지대가 되어주지 못해요. 영화는 시종일관 나른하며 반복적입니다. 이야기만 본다면 그렇게 재미있는 작품이라고는 못하겠어요. 20분 짜리 [트와일라잇 존] 에피소드였다면 딱이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단편 소재예요. 


크리스티나 리치와 리암 니슨은 모두 좋은 연기를 보여줍니다. 특히 니슨의 광기와 진지함이 반반씩 섞인 애매한 연기는 영화의 대부분을 이끌고 있습니다. 리치의 연기도 좋지만 종종 연기보다는 네크로필리아를 자극하는 노출신을 더 강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게 나쁘다는 말은 아니고. (10/08/27)



기타등등

저스틴 롱은 호러영화 여자 주인공 남자친구 전문배우가 되어가나 봅니다. 


감독: Agnieszka Wojtowicz-Vosloo, 출연: Christina Ricci, Liam Neeson, Justin Long, Chandler Canterbury, Celia Weston, Josh Charles


IMDb http://www.imdb.com/title/tt0838247/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66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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