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 (2011)

2011.07.10 00:43

DJUNA 조회 수:13123


[퀵]은 포스터에 나온 것만큼 노골적으로 [스피드]를 흉내낸 영화는 아닙니다. 물론 참고는 했겠죠. 하지만 처음부터 '흉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는 아니에요. 시간 제한은 있지만 속도 제한도 없고, [스피드]처럼 논스톱 질주로 일관하지도 않습니다. 물론 시속 300킬로미터 이하로 떨어지면 폭발한다는 설정도 없어요. 도대체 누굽니까, 이런 거짓말을 떡 하니 포스터에 심은 사람은.


상황. BMW 바이크를 몰고다니는 속도광 퀵 서비스맨 기수는 생방송 스케줄에 쫓겨 퀵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 걸그룹 멤버 아롬을 태우게 됩니다. 그런데 아롬이 기수의 헬멧을 쓰자마자 전화가 걸려와요. 헬멧에는 폭탄이 장치되어 있고, 30분마다 소포를 배달하지 않으면 그 헬멧은 폭발한다고요. 기수는 아롬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질주하고, 그 결과 사방에서 폭탄이 터지며, 경찰은 기수의 뒤를 쫓습니다.


이들은 우연히도 모두 6년 전에 기수와 기수의 폭주족 패거리들이 광화문에서 낸 심각한 교통사고 현장에 있었습니다. 수사관들 중 한 명은 당시 현장에 있었던 경찰관이고, 기수의 뒤를 쫓는 경관 명식은 기수와 경쟁 상대였던 폭주족이었으며, 본명이 춘심인 아롬은 기수의 여자친구였죠. 이들이 모두 그 날 한 자리에 모인 건 거의 설명될 수 없는 우연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 우연을 이야기를 끌어가는 도구로 삼고 있죠.


영화는 [해운대]스러운 액션물입니다. 여기저기에 특수효과를 동원한 액션들이 튀어나오는 동안 신파와 코미디가 끼어들어가죠. 실제로 코미디의 상당 부분은 [해운대]의 윤제균이 직접 개입한 모양입니다. 가끔 보다 보면 속편이나 자매편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심지어 주연배우들도 세 명이나 겹치잖습니까. 하여간 결코 세련된 모양은 아니며 그걸 의도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질은 들쑥날쑥합니다. 예상 외로 속도감이 나는 부분도 있고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부분에 뚝 떨어진 코미디가 갑자기 터지는 부분도 있지요. 영화는 비균질의 영화를 의도하고 있고 그게 먹히는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실패하거나 의도를 살리지 못하는 부분도 많죠. 예를 들어 명동 폭주 장면은 의도했던 코미디와 액션의 시원함 대신 짜증의 비중이 더 큽니다. 편집도 종종 튀어서 맥이 끊기는 부분도 많아요. 어거지로 쥐어짜는 멜로와 코미디 역시 종종 부담스럽고요. 굉장히 양아치스러운 사람들이 러닝타임 내내 고함을 질러대는 영화를 상상하시면 되겠습니다.


충분히 대중적인 매력이 있는 재료를 갖고 있는 영화인데도, 전 [퀵]을 편히 보지 못했습니다. 그건 제가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네, 어린 시절에 막 놀았던 아이도 액션 코미디 영화 주인공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정도가 있죠. 기수가 저지른 일은 그냥 넘길 수 있을만큼 가벼운 게 아니에요. 평생 반성문을 써도 모자랍니다. 그런데 기수는 당시의 일에 죄책감을 느끼기는 커녕 그 일을 기억도 못해요. 이 정도면 오래 전에 구제의 선을 넘었어요. 딱 [데드 위시] 시리즈의 소모품 악당 수준인데, 이런 인물이 주인공이라면 상황은 심각하지요. 전 진심으로 마지막에 나타난 악당이 막판에 기수의 머리를 날려버렸다면 더 좋은 영화가 되었을 것이라 믿습니다. 적어도 더 논리적인 영화가 되었겠죠. (11/07/10)


★★☆


기타등등

"도대체 나에게 왜 그러시는 건데요?"라고 징징거리는 기수의 모습을 보니 "그 때 일을 가지고 지금 와서 왜 이래요?"라고 짜증을 내던 [찍히면 죽는다]의 아이들이 생각나더군요.

 

감독: 조범구, 출연: 이민기 , 강예원 , 김인권 , 고창석, 윤제문, 다른 제목: Quick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Quick.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5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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