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나 Colombiana (2011)

2011.08.22 22:30

DJUNA 조회 수:15128


뤽 베송은 [레옹] 이후 마틸다를 주인공으로 한 속편을 만들려 계속 시도했다던데, 그게 슬쩍 틀어져서 [콜롬비아나]의 각본이 나온 모양입니다. 도입부를 보면 정말 겹치는 부분들이 있긴 해요. 무대가 콜롬비아라는 게 다를 뿐, [레옹]에서 사용되었던 여러 재료들이 조금씩 바뀌어 재활용되지요. 무엇보다 킬러가 되겠다고 난리치는 어린 여자아이를 보는 게 그렇게 흔한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하여간 이 영화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도입부입니다. 콜롬비아 갱두목에게 부모를 잃은 어린 소녀 카탈레야가 탈출하는 장면이죠. 특별히 화려한 안무 같은 건 없지만, 상황의 의외성과 절박함 때문에 박진감이 넘칩니다. 게다가 어린 카탈레야를 연기한 아만다 스턴버그가 참 예쁘고 연기도 잘 하더군요.


세월은 흘러, 카탈레야는 미국에서 전문 킬러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FBI가 기록한 것만 세어도 22건의 살인을 저질렀더군요. 죽은 사람들은 모두 인간말종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그렇게 정직한 처벌인 것도 아니죠. 카탈레야는 희생자의 몸에 카탈레야 꽃 이름을 남겨놓는데, 그건 그 사실을 눈치 챈 부모의 원수 루이스가 움직여 모습을 드러내길 바라고 있기 때문입니다.


네, 말도 안 되지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원수를 추적할 거라면, 킬러 하느라 익힌 실력을 이용해 CIA에 잠입하거나 해서 정보를 얻는 게 빠르죠. 이렇게 계획없이 설치면 괜히 애꿎은 사람들만 고생하잖습니까. 이 아가씨는 그냥 무책임하고 생각이 없습니다. 그렇게까지 옹호해주고 싶은 생각은 안 드는군요.


생각이 없기는 FBI도 마찬가지. 첫 번째 살인 때 그렇게 증거를 흘리고 다녔는데, 아무도 범인이 여자라고 의심하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됩니까. 심지어 목격자도 한 명 있잖아요. 그냥 앞에서 정석대로 움직였다면 단번에 범인의 정체를 알았을 텐데. 베송의 각본은 이런 디테일에 참 약하단 말입니다.


그래도 성인 카탈레야를 연기한 조이 살다나가 하늘하늘 날아다니며 악당들을 구타하고 구멍내고 찢어발기는 걸 구경하는 건 재미있습니다. 보기가 좋아요. 주변 지형지물을 적절하게 이용하는 암살장면들도 아기자기해서 나름 서스펜스가 있습니다. 그 정도면 페이스도 좋습니다.


결말 부분은 맥이 빠집니다. 악당이 너무 약해요. 제가 늘 말하지만, 이런 장르 영화에서 악당이 약한 건 용서가 안 됩니다. 아무리 주인공 쪽에서 할 이야기가 많다고 해도, 최종악당이 마지막 결전 때 구석에 숨어 덜덜 떠는 녀석이라면 죽이고 고문하는 게 무슨 재미가 있답니까. (11/08/22)


★★☆


기타등등

커다란 기관총을 끌고 다니거나 쏘는 장면이 나올 때는 배우가 몸에 근육을 조금 더 붙였다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감독: Olivier Megaton, 배우: Zoe Saldana, Amandla Stenberg, Michael Vartan, Cliff Curtis, Jordi Mollà, Lennie James, Callum Blue 


IMDb http://www.imdb.com/title/tt1657507/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2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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