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냐]를 보면서 "왜 저 비키니 입은 언니들이 가슴과 엉덩이를 흔들고 있는데 입체감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거야!"를 외치며 좌절했던 분들은 [레지던트 이블 4: 끝나지 않은 전쟁 3D]를 보시기 바랍니다. 이 영화에서 여러분은 3D를 원없이 즐기실 수 있습니다. 종류도 다양하고 효과도 노골적입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입체감이 느껴지지 않는 게 오히려 당연한 장면들에도 물건들이 툭툭 튀어나와 보여요.

 

이것은 예술인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폴 W.S. 앤더슨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오히려 3D 효과를 위한 견본에 가까워요. 그는 영화 전체의 흐름 따위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물론 거인 좀비가 든 묵직한 흉기가 관객들을 향해 날아오는 장면들이 스토리와 관계가 없다고 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이런 식으로 비슷비슷한 장면들이 계속 된다면 관객들은 내용은 무시하고 오로지 비슷비슷한 3D효과만을 기다리게 됩니다. 포르노가 되는 거죠. 그게 나쁜 거냐고 물으신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

 

영화의 내용. 오프닝의 프롤로그는 3편에서 뿌려놨던 떡밥 제거용입니다. 수많은 앨리스 클론들이 등장하는 장면은 그럴싸하지만 계속 그 상태로 4편을 끌어갈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 뒤로 앨리스는 아카디아라는 은신처를 찾으러 돌아다니다가 로스 앤젤레스에 있는 형무소 건물에 갇혀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탈출 계획에 가담합니다.

 

그리 매력적인 스토리 전개라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가장 나쁜 건 캐릭터의 운용이죠. 예를 들어 전 원작 캐릭터를 중간에 휙 던져놓고 팬들에게 '고맙지!'라고 외치는 것만으로 캐릭터 설정이 끝났다고 주장하는 게으름을 좋아하지 않아요. 시리즈에 새로 등장하는 크리스 레드필드 캐릭터가 딱 그 꼴입니다. 더 나쁜 건 최종 악당 앨버트 웨스커입니다. 제가 가장 싫어하는 부류죠. 선글래스 쓰고 악당 흉내내는 패션 모델 말입니다. 선글래스 쓰고 주인공 흉내내는 패션 모델은 받아들이겠지만 악당 흉내내는 녀석들은 못 견디겠어요. 최종 악당에는 보다 섬세한 캐스팅이 필요하고 그게 모두에 대한 기초적인 예의입니다.

 

남은 건 액션인데, 폴 W.S. 앤더슨의 액션 감각은 점점 제 취향에서 멀어져 갑니다. 지나치게 디지털화되고 있고 말초적인 스타일 과시가 액션 자체의 무게를 앗아가고 있어요. 너무 가벼워서 파괴와 폭력의 힘이 떨어집니다. 그렇다고 그냥 밀라 요보비치가 나오는 발레로 보기엔 안무가 안 좋고요.

 

암만 봐도 이 영화의 가치는 3D에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이게 그렇게까지 매력적인 3D인지는 모르겠어요. 밀라 요보비치를 3D로 보는 게 최종목표라면 괜찮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3D에는 [크리스마스 캐롤]이나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드래곤 길들이기] 같은 영화들에서 볼 수 있었던 섬세한 감각적 쾌락을 찾기는 어려워요. 3D 때문인지 오히려 일반 특수효과가 거칠어졌다는 느낌도 있고요. (10/09/14)



기타등등

또 클리프행어로 끝납니다. 계속 나올 건가봐요, 이 시리즈는.  


감독: Paul W.S. Anderson, 출연: Milla Jovovich, Ali Larter, Kim Coates, Shawn Roberts, Sergio Peris-Mencheta, Spencer Locke, Boris Kodjoe, Wentworth Miller


IMDb http://www.imdb.com/title/tt1220634/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53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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