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프 The Reef (2010)

2010.10.23 16:57

DJUNA 조회 수:11836


[죠스]는 위대한 오락영화였지만, 그 사실이 상어영화라는 장르의 생산성을 입증해 준 건 아니었습니다. 상어와 인간이 싸운다는 내용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얼마나 되겠어요. 어떻게 변주를 해도 영화는 [죠스]의 아류작처럼 보이며 클라이맥스 역시 이미 만들어진 몇 안 되는 영화들에서 가져온 클립처럼 보입니다. 그래도 이 설정을 극복하기 위한 영화들이 여러 편 만들어졌고, [더 리프]도 그 중 하나입니다. 이 영화가 내세운 건 두 개예요. 하나는 실화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될 수 있는 한 진짜 상어들을 이용했다는 것입니다. 


아마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실화의 주인공들을 그대로 가져와 캐릭터로 삼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름도 바뀌었을 거고 관계도 바뀌었겠죠. 하지만 상관이 없습니다. 앞에서 드라마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관객들은 그들의 이야기에 별 신경을 쓰지 않거든요. 그들이 남매이고 옛날 애인이고 고객이라는 건 전혀 안 중요해요. 심지어 전 영화가 끝날 때까지 두 여자 캐릭터들을 구별하는 데 애를 먹었지만 역시 상관 없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별다른 위장 없이 중간중간에 툭툭 던져지는 상어의 라이트모티브입니다. [더 리프]의 앞부분은 놀이동산으로 가는 코끼리 열차 비슷합니다. 지금 진행되는 일보다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더 중요한 것이죠. 


그러는 동안 영화는 차근차근 재난의 기반을 닦습니다. 다섯 명의 호주 사람들이 상어가 들끓을 수도 있는 바다에 요트를 타고 나갑니다. 어쩌다보니 고무 보트가 고장났고, 어쩌다보니 요트가 뒤집혔고, 어쩌다보니 외부와 통신할 수단들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유일한 대안은 가까운 곳에 있다는 섬까지 헤엄쳐서 가는 건데, 그 사이에 무서운 백상어들이 있을 거란 말입니다. 잠재적 상어밥인 사람들이 헤엄쳐가고 중간에 잠재적인 식인 괴물인 상어들이 어슬렁어슬렁. 이 설정은 거의 수학적입니다. 간단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돌려도 그럴싸한 각본이 나올 수 있을 정도죠.


[더 리프]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그 사실성입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상어들은 대부분 진짜입니다. 미리 찍어놓은 장면들을 드라마와 정교하게 섞어 편집해놓은 거죠. 100퍼센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특수효과가 조금 개입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티는 거의 나지 않습니다. [죠스]의 브루스나 [딥 블루 씨]의 CG 장난감들과는 달리 [더 리프]의 상어는 조작하지 않은 진짜처럼 보이며 관객들은 스크린 위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들을 진짜로 여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더 리프]라는 영화가 주는 재미는 올바른 기대를 하고 온 관객들에게만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생생한 사실주의의 추구 때문에 잃어버리는 것도 많으니까요. [더 리프]에는 노골적인 신체 손상 같은 건 없습니다. 상어 역시 브루스처럼 작정하고 만든 악당이 아니라 그냥 지나가는 상어 행인 1이고요. [더 리프]는 조미료를 거의 쓰지 않은 날것 같은 영화입니다. 그걸 받아들이느냐, 받아들이지 않느냐는 취향의 문제죠. 초밥을 좋아하느냐, 스테이크를 좋아하느냐처럼요. (10/10/23)



기타등등

인터넷을 조금 뒤졌지만 아직까지 그 실화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영화 만드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실화'라는 단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돼요. 


감독: Andrew Traucki, 출연: Adrienne Pickering, Zoe Naylor, Damian Walshe-Howling, Gyton Grantley, Kieran Darcy-Smith

 

IMDb http://www.imdb.com/title/tt1320291/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8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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