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에다 신이치로의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아무 사전 정보 없이 보았을 때 가장 효과가 큰 영화입니다. 이런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설명을 하려면 어쩔 수 없이 스포일러를 건드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사실 스포일러를 알고 봐도 크게 재미가 떨어지는 영화는 아니지만 그래도 모르고 보는 게 좋습니다. 그러니 이 글은 읽지 마시길.

그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하시는 분을 위해 계속. 영화는 저예산 좀비 영화 촬영장에서 시작됩니다. 배우들이 잠시 쉬면서 성미 고약한 감독 뒷담화를 하고 있는데, 진짜 좀비들이 들이 닥칩니다. 버려진 정수시설인 줄 알았던 이 곳이 알고 봤더니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인체 실험을 하던 곳이었다나요. 사람들이 고함을 질러대는 동안 감독은 이게 바로 진짜 연기라면서 배우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댑니다. 그리고 이 모든 광경이 비하인드 신을 찍고 있는 카메라에 의해 원 컷으로 찍혀요.

파운드 푸티지 영화들이 지나치게 많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시선이 가는 아이디어잖아요. 게다가 여기엔 일반 좀비 영화들에겐 없는 몇몇 재미있는 핸디캡이 있습니다. 원 컷으로 찍는다면 신체 손상 분장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영화는 좀 유치하고 싸구려지만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몇 개 갖고 있습니다. 대충 넘어가는 부분도 있긴 해요. 예를 들어 이 영화의 카메라맨은 분명 영화의 일부지만 주변 사람들과 좀비들은 대부분 다들 이 사람이 없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이게 걸리는데...

그런데, 30여분이 지나면서 영화의 방향이 확 바뀌어버리고 질문들도 날아가버립니다. 알고 봤더니 지금까지 봤던 원 컷 호러 영화는 영화 속 영화였어요. 보다 정확히 말하면 새로 생긴 좀비 전문 채널을 위해 만들어진 30분짜리 생방송 특집이었지요. 영화는 한 달 전으로 돌아가 어떻게 이 작품이 만들어졌는지를 보여줍니다. 다들 어처구니 없다며 거절한 프로젝트를 삼류 감독 히구라시가 떠 맡았어요.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칠 수 없어 철저하게 준비했지만 그만 생방송 몇 시간 전에 교통사고가 나서 감독과 메이크업 아티스트 역을 맡은 배우 둘이 오지 못한다는군요. 어쩔 수 없이 히구라시와 그의 아내 나오가 그 배우 자리를 차지하고 부부의 외동딸이며 영화감독 지망생인 마오가 스태프로 참여하게 됩니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다른 식으로 익숙한 장르가 됩니다. [웰컴 미스터 맥도널드]의 영화판을 상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처음부터 아슬아슬하게 시작된 촬영은 잇달아 일어난 사고 때문에 더 엉망이 됩니다. 하지만 절대로 카메라는 멈출 수 없고 히구라시를 포함한 배우와 스태프들은 어떻게든 임기응변을 발휘해가며 사고에 맞설 수밖에 없죠.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되면서 앞에서 우리가 보았던 좀비물은 전혀 다른 작품이 됩니다. 처음 봤을 때도 좀 어설프게 웃기긴 했어요. 하지만 비하인드 신 장면을 보면 그냥 어설프게 웃기는 게 아니라 진짜로 웃깁니다. 처음 보았을 때 좀 이상했던 것들이 다 사정이 있고 그 사정에 대처하는 방식은... 그래도 웃긴다고요. 그냥 웃기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절대로 막을 수 없는 눈사태와 같은 재난을 온 몸으로 막아내며 작품을 지켜내는 가족의 노력과 아이디어에 찡하기도 합니다. 거의 속임수에 가까운 단순한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그 아이디어를 재미있는 것들로 적절하게 채웠지요. (18/08/08)

★★★

기타등등
그런데 좀비 채널이 제대로 운영이 될 수 있을까요. 좀비 관련 작품들이 그렇게 많나요?


감독: Shin'ichirô Ueda, 배우: Takayuki Hamatsu, Yuzuki Akiyama, Harumi Shuhama, Kazuaki Nagaya, Hiroshi Ichihara, Mao, 다른 제목: One Cut of the Dead

IMDb https://www.imdb.com/title/tt7914416/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74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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