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만난 적 있나요 (2010)

2010.11.20 09:43

DJUNA 조회 수:10468


[우리 만난 적 있나요]는 일차적으로 안동 관광영화입니다. 안동에 놀러가면 조선시대의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고택과 골목이 있고, 조금 운이 좋으면 윤소이를 닮은 후리후리한 미인과 함께 헛제삿밥을 먹으며 데이트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죠. 영화는 이 사실을 굳이 숨길 생각이 없으니, 전 지금 빈정거리는 게 아닙니다. 그냥 영화의 목적 중 이런 게 있다고 여러분에게 알려드리는 것 뿐이죠.


내용만 따진다면 영화는 로맨스입니다. 평생교육원 강사가 되어 안동으로 내려간 무명 사진작가 은교가 그 교육원에서 일하는 인우라는 처자를 만나 연애를 한다는 것이죠. 이 로맨스는 두 개의 서브장르를 품고 있는데, 하나는 짝사랑을 소재로 한 로맨틱 코미디에 가깝고, 다른 하나는 환생을 소재로 한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입니다. 둘 다 반전을 통해 제시되지만 모두 쉽게 눈치챌 수 있는 것들입니다.


중요한 건 역시 후자입니다. 영화는 1998년 안동의 택지지구에서 발견된 원이엄마의 편지를 모티브로 삼고 있어요. 450년 전 일찍 남편을 잃은 아내가 죽은 남편에게 절절한 러브레터를 쓰고 자기 머리를 잘라 짚과 섞어 미투리를 한컬레 만들어 같이 묻었던 겁니다. 감독/각본가 임진평은 허구의 사연을 붙여 이들의 이야기를 만들었고 환생이라는 도구를 통해 현대 연인들의 이야기로 부활시켰습니다.


그 결과물은 온화합니다. 이 영화에는 특별히 나쁜 사람들도 없고, 이들을 곤경에 빠트리는 재난에도 별다른 악의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착하고 무난한 사람들이 어쩌다보니 운명적인 사랑에 얽혀 있는 거죠. 보면 싱겁다는 생각이 조금 듭니다. 환생을 통해 몇백 년에 걸친 열정적인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정작 주인공들에겐 그런 애정을 담을만한 열정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운명이라는 핑계를 대고 이야기의 결말을 이미 만들어 놓고 있기 때문에, 컨베이어 벨트에 실린 물건이 목적지까지 움직이는 걸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윤소이와 박재정의 연기도 딱 이런 분위기의 영화에서 기대할만한 종류입니다. 얌전하고 무난해요. 물론 대부분 관객들은 박재정의 연기를 보다 박하게 평가할 것입니다. 그는 발호세니까. 하긴 저도 그가 넘어지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유명한 '다리 힘 없는 젊은이' 플짤과 자동적으로 비교할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러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10/11/20)



기타등등

임진평의 [귀신 이야기]는 어떻게 된 건지 궁금하군요. 앞으로 개봉될 가능성이 있을까요.


감독: 임진평, 출연: 박재정, 윤소이, 마동석, 정만식, 박원상, 기세형, 다른 제목: Try to Remember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Try_to_Remember.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1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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