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레이지 Outrage (2010)

2010.11.26 22:03

DJUNA 조회 수:12447


상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관동지방을 장악하고 있는 야쿠자 무리가 하나 있는데, 두목은 자기 부하 하나가 타조직 두목과 의형제를 맺고 노는 게 싫습니다. 두목의 꾸중을 듣고 걱정이 된 부하는  자기 부하를 시켜서 의형제를 조금 건드립니다. 화가 난 상대 조직은 역습을 하고 조직에서는 그 역습을 또 받아칩니다. 그러다보니 조금씩 치는 정도가 커지고 결국 한쪽이 무너져요. 하지만 이야기는 끝이 아닙니다. 일단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그를 통해 이익이 생기기 시작하자, 살상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이들 야쿠자들 중에는 감독 기타노 다케시가 연기하는 캐릭터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그의 수명은 영화의 평균에 비해 긴 편입니다. 하지만 그에게 [소나티네] 같은 영화에서 보았던 폼나는 역할을 기대해서는 곤란합니다. [아웃레이지]는 그런 면에서 철저하게 평등합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어느 누구도 다른 누군가보다 특별히 더 낫지 않습니다. 모두 악당이고 재수없으며 일반적인 기준의 감정이입을 목표로 하고 있지 않아요. 그들은 잠재적인 소모품입니다. 


[아웃레이지]는 난폭한 영화입니다. 영화 내용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다양한 종류의 폭력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목이 꺾이고, 둔기와 총에 맞고, 칼에 찔려요. 그러는 동안 수많은 손가락들이 자의 또는 타의로 끊겨나가고요. 관객들은 그럴 때마다 신음소리를 지릅니다. 예쁜 광경은 아닙니다. 


영화는 난폭하지만 그만큼 차갑기도 합니다. 영화의 흐름은 철저하게 수학적입니다. 건물이나 탑이 무너지는 과정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계산한 시뮬레이션 화면을 보는 것 같습니다. 이 과정 중 자신의 의지로 상황을 통제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몇 명은 자신이 그러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나중에 큰 코를 다칩니다. 몇 명은 용하게 살아남지만 그것도 운이 좋아서 그랬다고 해야죠. 아니면 야쿠자들이 중간에 너무 많이 죽어서 그들을 죽일 사람들이 다 떨어졌거나. 아마 후자가 더 맞지 않나 싶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아웃레이지]는 낙천적인 영화입니다. 범죄자들을 가만히 놔두면 그들이 알아서 서로를 죽여가며 인구를 줄여줄 거라고 말하고 있으니까요. 즐거운 상상입니다. 하지만 실제 세상이 정말 그렇지는 않겠죠. 아마 그 살인들을 막아주는 변수가 존재할 겁니다. 만약 기타노 다케시가 그리고 있는 세계가 오로지 야쿠자들만이 존재하는, 탈출 불가능한 우주이고 그곳이 그가 보는 현대 일본의 반영이라면? 아까 것보다는 암담하군요. 오늘 전 그냥 전자를 취하렵니다. (10/11/26)



기타등등

속편을 계획 중이라는데, 본편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별로 없지 않습니까? 누구를 주인공으로 삼을 생각일까요.


감독: Takeshi Kitano, 출연: Takeshi Kitano, Ryo Kase, Eihi Shiina, Jun Kunimura, Kippei Shiina, Renji Ishibashi, Takashi Tsukamoto, Tomokazu Miura


IMDb http://www.imdb.com/title/tt1462667/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5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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