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 포 엘리펀트 Water for Elephants (2011)

2011.04.23 23:38

DJUNA 조회 수:11496


사라 그루언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프랜시스 로렌스의 [워터 포 엘리펀트]는 캐릭터 설정만 봐도 고풍스러운 할리우드 무성영화에서 이야기를 그대로 따온 것 같습니다. 사악한 서커스 단장과 그의 아름다운 곡예사 아내 그리고 그 아내를 사랑하는 순진무구한 청년. 그냥 그림이 그려지지 않습니까? 전 이런 줄거리를 가진 무르나우나 보재기의 영화를 상상할 수 있어요. 그루언 역시 소설을 쓰면서 그런 영화들을 상상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대공황 시절 이야기입니다. 코넬 대학에서 수의학을 전공하며 밝은 미래를 꿈꾸던 주인공 제이콥은 부모가 죽고 빈털털이가 되자 노숙자가 되어 거리를 떠돌다가 우연히 서커스단 열차에 타게 됩니다. 거기서 동물들을 돌보는 일을 하게 된 그는 단장인 어거스트의 아내 말레나를 사랑하게 되죠. 그리고 나중에 서커스단에서 로지라는 늙은 코끼리를 사들이자 조련사가 됩니다. 당연히 어거스트는 이런 영화의 악역이 할 모든 일들을 합니다. 연인들을 갈라놓고 코끼리를 학대하죠. 


소설 속에서 이런 이야기는 재미있을 수가 있습니다. 주인공의 내면을 상세하게 묘사할 수 있어서 캐릭터가 깊어지고, 대공황 시절 서커스에 대한 정보로 독자들을 유혹할 수 있지요. 그리고 이건 스토리텔링에 비교적 덜 얽히는 무성영화의 소재로서도 근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새 영화로는 좀 애매해요. 너무 뻔하고 밍밍하게 흐른달까. 존재하지 않는 옛날 영화의 패러디처럼 보입니다.


이걸 그대로 받아들여 고풍스러운 맛을 즐기는 방법도 있습니다. [워터 포 엘리펀트]에는 요새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아날로그적인 구경거리가 가득합니다. CG가 안 쓰였다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보통 영화보다 더 많이 쓰였겠죠. 하지만 영화 속의 로맨스와 서커스는 여전히 CG 이전 세계의 예스러운 멋이 있어서 보는 기분도 나쁘지는 않아요. 일요일 오후에 텔레비전에서 닳도록 한 옛날 영화처럼 보이기도 하지만요.


제이콥 역의 로버트 패틴슨은 비교적 멀쩡해 보입니다. 연기가 좋다기 보다는 멀쩡해요. [트와일라잇]에서는 그냥 괴상해보였잖습니까. 여전히 굳어보이긴 한데 캐릭터에 대충 어울려요. 원래 그런 애려니 합니다. 말레나 역의 리스 위더스푼은 현실적인 미인이라 안 어울릴 것 같았는데, 영화를 보니 역시 그런 인물이려니, 하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게다가 1930년대엔 이런 느낌의 배우들이 꽤 있었잖아요. 전 진저 로저스가 떠오릅니다만. 가장 좋았던 건 어거스트 역의 크리스토프 발츠인데, 원래 실력이 뛰어나기도 하지만, 아마 배우의 실력을 보여주기에 가장 좋은 캐릭터를 연기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11/04/23)


★★☆


기타등등

원작소설을 읽고 있는 중인데, 내용은 충실하게 따라가면서도 캐릭터 설정 같은 게 조금씩 다르더군요. 특히 어거스트는 '엉클 알'이라는 캐릭터와 합쳐서 상당히 커졌더라고요.

 

감독: Francis Lawrence, 출연: Reese Witherspoon, Robert Pattinson, Christoph Waltz, Paul Schneider, Jim Norton, Hal Holbrook, Mark Povinelli, Richard Brake, Stephen Taylor, Ken Foree


IMDb http://www.imdb.com/title/tt1067583/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6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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