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좀비 (2010)

2010.08.12 22:22

DJUNA 조회 수:12731


[미스터 좀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기술적 투박함입니다. HD 화면과 음질이 너무 떨어지기 때문에 집중이 어려울 정도지요. 최근에 나온 웬만한 학생영화들도 [미스터 좀비]보다는 기술적으로 다듬어져 있습니다. 너무 나빠서 미완성품처럼 보일 정도예요. 


그 다음에야 영화의 장르적 시도가 보입니다. [미스터 좀비]는 얼마 전부터 조금씩 나오기 시작한 자생적 호러영화입니다. 좀비라는 이국적인 소재를 한국 사회에 이식하려고 하는 영화죠. 영화는 여기서 무기력한 중년 가장의 삶을 좀비의 삶과 같은 것으로 놓고 바로 그를 진짜 좀비로 만들어 그 상황을 극복하려 합니다. 네, 아이러니입니다. 알아요.


영화의 주인공 영철은 변두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40대 가장입니다. 그는 무능력하고 가난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무시당합니다.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그는 주식으로 돈을 날리고, 사채업자에게 쫓기고, 아내에게 구박당하고, 고등학교 때 본 바바리맨 때문에 남자 누드를 견디지 못하는 예쁜 미대생을 위해 누드 모델을 하고, 좀비 고객에게 물려 좀비가 됩니다. 


영화는 이 호러 코미디의 재료를 가지고 두 가지 일을 하려 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평균적인 중년 가장의 궁상맞은 애환을 그리면서 공감과 연민을 유발하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좀비 소동을 통해 이 사태를 해결하여 일종의 대리만족을 제공하려 하는 것입니다. 


이 배합은 최악입니다. 일단 주인공 영철은 진짜로 못 났습니다. 보고 있으면 자업자득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거기까지는 괜찮습니다. 원래 우린 대부분 못난 사람들이니까요. 하지만 영화는 영철의 버릇을 엉망으로 들여놨습니다. 주인공에게 현실을 똑바로 보게 하고 그를 극복하게 하는 대신, 어정쩡한 판타지 안에 던져 놓지요. 미안하지만 전 미대생 소라와 영철의 로맨틱한 관계는 그냥 못 믿겠습니다. 그건 능력 없는 중년 남자의 자위 판타지에 불과해요. 제발 너 자신을 알란 말입니다. 


더 나쁜 건 이 영화가 좀비라는 소재를 다루는 방식입니다. 한 마디로 이 사람들은 좀비에 관심이 없습니다. 이 영화의 좀비는 전혀 좀비 같지 않아요. 좀비 분장을 한 뱀파이어거나 헐크지요. 전 장르 재료의 순수성 같은 건 믿지 않지만 [미스터 좀비]는 좀 심했습니다. 좀비를 좀비이게 하는 건 죽음과 비가역적인 신체 손상이 아니겠습니까? 그것만은 지켜야죠. 중년 남자의 수퍼히어로 판타지를 위해 좀비를 잠시 이용했다가 버리는 건 그냥 예의 없는 짓입니다. 


이게 최악인가? 아뇨. 영화는 더 나쁜 짓을 저질렀습니다. 이 영화엔 좀비가 진짜로 안 나와요. 좀비들이 나오는 모든 장면들 다 합쳐도 20분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라우초 막스의 농담이 따로 없죠. 그래도 어쩌란 말입니까. 여러분도 [미스터 좀비]라는 영화를 보려고 극장에 들어갔는데, 치킨 집 아저씨가 미대생 앞에서 옷 훌렁훌렁 벗는 내용의 코미디만 줄창 나온다면 좋겠어요? (10/08/12)



기타등등

주연배우 원풍연은 원신연 감독의 동생이라고 합니다. 


감독: 이수성, 출연: 원풍연, 배누리, 다른 제목: Mr. Zombie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MR_Zombie.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5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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