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치 않는 것들 Tian chang di jiu (2009)

2011.04.10 15:21

DJUNA 조회 수:7701


어렸을 때 자기를 버리고 떠난 어머니에 대한 애증으로 괴로워하는 주인공의 성장기를 다룬 장편 데뷔작을 본다면, 전 별 생각없이 이것을 자서전적인 내용으로 보고 감독을 이해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영화에 어렸을 때 엄마에게 버림 받은 아이들이 한 명도, 두 명도 아닌 세 명이나 나온다면? 글쎄요. 이건 어떤 기준으로 봐도 좀 심하지 않습니까?


셋 맞습니다. 우선 여자주인공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 엄마가 다른 남자와 함께 달아났고 그걸 쫓아가던 아빠는 차에 치어 죽었답니다. 주인공에게는 남자친구가 있는데, 역시 이 친구의 엄마도 아빠가 밀수혐의로 감옥에 가게 내버려둔 채 혼자 달아났어요. 주인공은 아빠가 죽은 뒤 삼촌네 집에 맡겨졌는데, 얼마 되지 않아 숙모는 이혼을 하고 집을 떠납니다. 어린 아들을 아버지에게 남겨놓고요.


리팡팡의 [변치 않는 것들]에서 이 끈질긴 반복은 어떤 보편적인 의미가 있는 걸까요? 그럴 수도 있겠죠. 80년대생인 주인공들의 공통된 경험과 기억이 '떠난 엄마'라는 모티브로 통일되어 나타난 것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에게 이는 그냥 반복을 통한 무한강조처럼 보입니다. "엄마는 나를 떠났어, 엄마는 나를 떠났어, 엄마는 나를 떠났어!!!!" 정말 이게 자서전적인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외침은 무척 사적으로 들려요.


영화가 다루는 시기는 1992년부터 2008년까지입니다. [패왕별희] 개봉, 홍콩 반환, 장국영 자살, 사스 유행, 베이징 올림픽과 같은 굵직한 사건들이 일어나면서 알림표가 되어줍니다. 이들 중 사스 유행은 중요한 극적 도구가 되기도 해요. 하지만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개인적입니다. 이들 인생의 최대 고민은 어렸을 때 엄마가 떠나서 자기 감정에 대한 확신을 잃었고 그 때문에 제대로 연애를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게 저에겐 그렇게 와닿지는 않습니다. 주인공들이 어린 시절에 겪었던 일들은 분명 심각합니다. 제가 겪었어도 트라우마 때문에 고생했겠죠. 하지만 영화는 주인공들을 지나치게 밀어붙여요. 이 영화의 이야기에는 자연스러움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이야기는 극도로 과장되어 있고 우연의 일치는 지나치게 많으며 주인공들은 쉽게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점을 지나치게 배배꼬며 풀다가 결국 그 안에 갇혀 버리죠. 이들은 모두 사디스틱한 감독이 파놓은 미로 속을 맴도는 실험용 쥐들처럼 보여요. 자의식이 지나치게 강해 호감이 떨어지는 캐릭터들이라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겠고.


그래도 [변치 않는 것들]에는 90년대와 00년대라는 시간을 공유했던 80년대생 중국어권 관객들에게 어필할 만한 것들이 있습니다. 주인공들의 경험은 개인적이지만 그 경험을 구성하는 정서는 보편적이죠. 교복입은 파릇파릇한 아이들이 나오는 동아시아권 청소년 연애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은 제가 지적한 문제점들에 보다 관대할 수 있을 거고요. (11/04/10)


★★☆


기타등등

남자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는 강지환을 닮았더군요. 조금 젊고 중국인처럼 생긴 강지환.

 

감독: Fangfang Li, 출연: Dong Liu, Ke Shi, Zheng Tie, 다른 제목: Heaven Eternal, Earth Everlasting


IMDb http://www.imdb.com/title/tt1538533/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3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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