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 맨 2 Iron Man 2 (2010)

2010.04.29 11:37

DJUNA 조회 수:12862


[아이언 맨] 1편에서 토니 스타크는 군수업체를 정리하고 아이언 맨으로서 수퍼히어로질을 시작했습니다. 그 때문에 세계에는 잠시나마 평화가 찾아왔고 아이언 맨은 타임지의 올해의 인물이 될 정도로 수퍼스타가 된 모양이더군요.


이게 가능한 일인가? 전 그냥 궁금한 것입니다. 아이언 맨은 물론 끝내주는 첨단무기입니다. 하지만 요새가 첨단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전쟁이 끝나는 때입니까? 아니지 않습니까? 여러분은 아이언 맨 수트로 알 카에다를 무찌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게다가 다른 수퍼히어로들과는 달리 토니 스타크는 이미 얼굴이 드러나 있는 유명인사입니다. 당연히 법적, 정치적, 외교적 제약이 날아들 수밖에 없어요. 아무리 그럴싸하게 꾸며도 [아이언 맨]은 만화책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가상의 세계입니다. 최첨단 반짝반짝 장난감이 현실세계의 복잡함을 압도할 수 있는 대체우주지요.


자기네들도 그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영화가 시작되자 현실세계도 슬슬 토니 스타크에게 태클을 걸기 시작합니다. 스턴 상원의원이라는 인물의 주도 하에 첨단무기인 아이언 맨이 국가에 귀속되어야 한다는 운동이 벌어지는 거죠. 전 이 주장이 이치에 맞다고 봅니다. 더 선하지는 않아도 이치에는 맞죠. 토니 스타크는 암만 봐도 이런 무기를 책임감 있게 운영할 만한 사람이 아니잖아요.


스타크는 스턴 상원의원을 따돌리지만 다른 악당들이 계속 등장합니다. 악당 1번은 스타크 집안에 사적인 원한이 있는 러시아인 물리학자 이반 반코입니다. 그는 스타크가 만든 것과 아크 원자로를 만들어 만화책 악당 윕플레시로 변신해 스타크를 죽이려고 하죠. 악당 2번은 스타크에 대해 심각한 살리에리 컴플렉스를 앓고 있는 경쟁 군수업체 회장인 저스틴 해머로, 반코가 가진 기술을 이용해 스타크를 파멸시키려고 합니다. 이것만으로도 골치거리가 충분치 않은지, 스타크는 아크 원자로의 부작용으로 심각한 병을 앓고 있는데, 영화 끝날 때까지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더 이상의 속편은 없습니다.


1편에서 그랬던 것처럼, [아이언 맨]은 주인공이 수퍼히어로 수트를 입고 있을 때보다 벗고 있을 때 드라마가 더 많은 영화입니다. 제가 속편을 기대했던 것도 이 때문이지요. 일단 기본 설정을 돌파하면 이 세계는 정말 일반적인 수퍼히어로 영화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이반 반코와 저스틴 해머는 이 영화에 충분한 현실적 매력을 심어주지 못합니다. 그들은 그냥 전통적인 장르 악당이에요. 영화는 이들을 만들어낸 정치적/경제적 시스템에도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영화는 저스틴 해머가 아이언맨과 같은 첨단무기를 가져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이유는 순전히 개인적인 것으로, 해머가 무능력한 소인배이기 때문이라는 거죠. 반코의 경우는 개인적 원한 이외엔 분해할 수 있는 동기가 없고 그 원한 역시 독립적인 것이라 역시 할 이야기가 충분치 않습니다. 이들이 나와 문제를 일으키는 걸 보는 건 여전히 재미있지만 전 이 영화의 소재가 더 센 이야기를 할 여력을 갖추고 있다고 믿고 있죠.


제가 보기에 영화의 치명적 문제점 중 하나는 쉴드와 [어벤저스] 떡밥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토니 스타크의 개인적 고민에 집중해도 모자랄 시간에 만화책 우주를 확장하기 위해 벌써부터 애를 쓸 필요는 없었어요. 스칼렛 조핸슨이 연기한 블랙 위도우도 마찬가지. 이 사람은 정말 아름다운 피사체이고, 저도 조금 더 보고 싶습니다만, 영화 스토리는 이 캐릭터가 나오지 않아도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그냥 스핀오프를 찍기 위해 잠시 얼굴만 들이민 다른 영화 주인공처럼 보여요. 이런 이야기들이 장황하게 등장하는 동안 스타크의 문제들은 별다른 내적갈등없이 후닥닥 풀려버리고 반코와 해머, 특히 반코는 자신만의 존재감을 입증할 시간을 많이 빼앗기지요.


영화의 액션은 1편보다 당연히 낫습니다. 1편의 액션은 그냥 견본일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아이언 맨은 훨씬 많이 날아다니고 악당들도 많이 부숩니다. 단지 바로 전날에 [드래곤 길들이기]를 본 저로서는 영화의 비행 장면이 어딘지 모르게 밋밋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어요. 드라마와 감정이 철철 넘치던 [드래곤 길들이기]에 비하면 [아이언 맨2]의 액션 장면은 비디오 게임 같습니다.


전 여전히 별 어려움 없이 [아이언 맨 2]가 재미있는 여름용 블록버스터라고 말하렵니다.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영화가 전편이 몸을 바쳐 열어놓은 세계의 가능성을 충분히 탐사했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그러기엔 잡념이 너무 많은 영화입니다. 전 관대한 관객이니까 언제나 다음 편을 기대할 수 있지만요. (10/04/29)


★★☆


기타등등

영화 초반에 보면 전쟁한벌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이름을 가진 북한제 아이언맨 짝퉁이 나옵니다. 이 이름은 아무래도 'war suit'를 번역기에서 돌려 얻은 결과물 같군요. 


감독: Jon Favreau 출연: Robert Downey Jr., Gwyneth Paltrow, Don Cheadle, Scarlett Johansson, Sam Rockwell, Mickey Rourke, Samuel L. Jackson, Clark Gregg, John Slattery, Garry Shandling, Paul Bett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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