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헌터 Romasanta (2004)

2010.05.12 12:24

DJUNA 조회 수:10118

 

마누엘 블랑코 로마산타는 스페인의 연쇄살인마입니다. 행상이었던 그는 19세기 중엽 스페인을 떠돌면서 13명 또는 그 이상을 살해했다고 해요. 시체는 먹기도 하고 지방으로 고급 비누를 만들기도 하고 그랬다고 합니다. 이 사람은 체포된 뒤 자신이 늑대인간이라고 주장했다는데, 그 때문에 로마산타의 이름은 연쇄살인마의 역사뿐만 아니라 늑대인간의 역사에도 남아있습니다.

 

로마산타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그를 진짜 늑대인간으로 그린 영화를 만들어도 재미있었겠지만, 파코 플라자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는 로마산타를 주인공으로 한 연쇄살인 이야기에 머물렀어요. 중간중간에 판타지 장면들이 삽입되긴 하지만, 영화는 로마산타를 초자연적인 존재로 취급하지 않습니다.

 

19세기 스페인을 무대로 하고 있다는 게 다를 뿐, 로마산타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친숙합니다. 어느 시대를 가든 연쇄살인마라는 사람들이란 비슷하거든요. 이들이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건 행위의 독창성 때문이 아니죠. 순전히 자극의 정도와 양인 겁니다.

 

그래도 시대를 바꾸니까 현대 연쇄살인마 이야기에는 없는 개성들이 조금 나옵니다. 악과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익숙한 토론들이, 19세기라는 옛 시대를 배경으로 하니 새로운 생명력을 얻지요. 우리에겐 다소 뻔한 이야기들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아직 아니었으니까요.

 

영화는 로맨스로서도 어느 정도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 드라마의 주축이 되는 것은 로마산타와 그가 살해한 희생자의 동생 바르바라의 관계입니다. 바르바라는 원래 언니의 남자였던 로마산타를 짝사랑하고 있었지만 언니와 조카가 실종되자 복수를 맹세하지요. 하지만 정작 로마산타는 바르바라를 쉽게 제거하지 못합니다. 영화는 여기서 사랑의 힘에 대한 희망을 보는 것 같습니다.

 

[더 헌터]는 무난한 영화입니다. 스토리는 빠지는 게 없고, 배우들은 의외로 좋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소스의 한계는 남습니다. 아무리 늑대인간과 로맨스 이야기를 끌어들이고 19세기의 시대배경을 동원해도 연쇄살인마들이 그리 재미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건 바뀌지 않지요. (10/05/12)

 

★★☆

 

기타등등

 

1. 영어영화입니다. 판타스틱 팩토리에서 만든 다국적 영화지요.

 

2. 이바나 바케로가 잠시 나옵니다. 아주 어려요. 이 영화가 2004년작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당연하지만.

 

3. 진짜 늑대인간 영화는 아니지만, 판타지 신에 잠시 변신장면이 나옵니다. 재래식 특수효과를 정직하게 썼는데, 그 정도면 준수해요. 참, 순서가 반대입니다. 늑대에서 인간으로 변하지요.

 

감독: Paco Plaza 출연: Julian Sands, Elsa Pataky, John Sharian, Gary Piquer, David Gant, Maru Valdivielso, Luna McGill, Carlos Reig-Plaza, Reg Wilson, Ivana Baquero, 다른 제목: The Werewolf Manhunt, Werewolf Hu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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