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남녀 (2010)

2010.10.30 11:39

DJUNA 조회 수:12205


강력계 형사라면 임창정이 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들 중 비교적 준수한 편입니다. 적어도 이 정도면 드라마 안에서 우위에 설 가능성이 높은 직업이죠. 하지만 [불량남녀]에서 임창정이 연기하는 방극현 형사의 위치는 보기만큼 좋지 않습니다. 그는 여전히 쫓기는 처지입니다. 아는 사람 보증을 섰다가 빚더미에 앉아 카드사 직원의 전화 통화에 시달리는 신세지요. 


그 카드사 직원은 엄지원이 연기하는 김무령입니다. 포스터만 봐도 아시겠지만,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이기 때문에 두 사람은 곧 연애하는 사이로 발전합니다. 중간에 전화로만 알고 지냈기 때문에 상대방의 정체를 모르고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는 과정이 들어가긴 하지만 그렇게 오래 끌지는 않아요. [불량남녀]는 서로를 잡아먹으려 환장한 두 사람의 연애담입니다. 


이 정도면 폭발적인 스크루볼 코미디의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차가운 현실에 발을 디디고 있고 서로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 역시 노골적이기 때문에 여기에 로맨틱 코미디의 장르를 더하면 엄청난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죠. 하지만 이건 일이 제대로 풀렸을 때의 그렇다는 거고, 이들을 하나로 묶는 건 아주 어렵습니다. [불량커플]도 여기에서 그리 성공했다고 할 수 없어요.


영화가 흘러가는 걸 보면 가장 쉬운 길을 대충 택했다는 게 보입니다. 일단 두 주인공이 너무 물렁물렁해요. 그들의 입장은 암담하지만 그렇다고 서로에 대한 감정을 막을 정도로 삭막하지는 않아서 중간 정도까지 가면 그냥 얼렁뚱땅 문제가 해결됩니다. 그리고 갈등을 맺고 푸는 과정이 굉장히 투박해요. 인질극 장면 같은 건 이야기를 풀기 위해 억지로 넣은 게 너무 노골적이라 맥이 풀리고, 후반부의 클라이맥스는 별 이야기도 없으면서 끔찍하게 길지요.


가장 큰 문제점은 소재가 되는 현실을 다루는 방법에 있습니다. 현실을 똑바로 보는 대신 은근슬쩍 소원성취 판타지로 빠져버리는 거죠. 사실 독촉 전화를 보내는 카드사 직원이 영화배우 같은 미인으로, 나중에 자기와 사랑에 빠져버린다는 설정 자체가 판타지가 아닙니까. 하지만 그 판타지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거기에 그대로 몰입하는 건 자기 거짓말에 속는 거나 다름 없지요. 그 때문에 [불량남녀]는 종종 거의 롤플레잉 포르노처럼 보입니다. 환상이 너무 노골적이에요.


임창정은 언제나처럼 좋은 생활 연기를 보여줍니다. 엄지원도 언제나처럼 기본은 하는데, 애드립 연기가 좀 약하더군요. 덜컹거리며 흐름을 제대로 타지 못하더라고요. 저 같으면 이 배우에게 그렇게 많은 애드립 장면을 넣어주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10/10/30)



기타등등

잠시 카드 빚을 진 적 있었던 감독 자신의 경험에서 소재를 얻었다고 하더군요.


감독: 신근호, 출연: 임창정, 엄지원, 사희, 정은우, 다른 제목: Love on the Debt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Love_on_the_Debt.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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