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에서 온 사나이 L'homme de Rio (1964)

2015.08.26 01:20

DJUNA 조회 수:3041


[리오에서 온 사나이]. 그렇게 정확한 제목은 아니죠. 주인공인 아드리앙은 리오가 아닌 브장송 출신입니다. 군대에서 휴가를 받아 파리로 놀러왔다가 그만 여자친구 아녜스가 정체불명의 악당들에게 납치당하는 걸 보게 된 거죠. 그는 최면이라도 걸린 것처럼 자기를 못 알아보는 아녜스를 구하기 위해 같은 비행기를 타고 브라질로 날아갑니다. 처음엔 리오로 갔다가 다음엔 브라질리아로 가고 그 다음에는 아마존 밀림으로 가고... 그리고 이 납치소동 뒤에는 아녜스의 아빠가 관련된 수수께끼의 남미 유물의 미스터리가 숨어 있었죠.

별다른 야심없는 내수용 영화입니다. 해외 로케를 내세운 우리나라 영화들을 생각하면 될 거 같아요. 액션 영화이기도 하지만 액션을 핑계삼아 브라질을 가로지르며 명소를 소개하는 관광 영화이기도 하죠. 70년대 내수용 프랑스 영화의 그 호들갑스러우면서도 은근히 속도가 떨어지는 리듬감이 이 영화에도 있습니다. 이 영화가 시대와 국적의 벽을 완전히 뚫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이런 내수용 영화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의외로 재미있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액션의 말초적인 재미이기도 하고 중간에 끼어든 은근히 초현실적인 분위기 때문이기도 해요. 액션이 아주 정교하게 짜여졌다고 하긴 어렵지만 일단 리듬을 타면 무척 흥겹고, 이런 일들이 쉴 사이 없이 연달아 일어나다보면 약먹은 것처럼 멍한 지점에 도달하기도 합니다. 제가 이 영화를 일요일 오후 텔레비전에서 처음 보았을 때 느꼈던 그 몽롱한 기분도 아마 은밀한 초현실주의에서 나왔을 거예요. 특히 아드리앙이 비행기를 타고 아마존 상공을 날아가는 장면은 그냥 맥락과 상관없이 꿈 같습니다.

기시감이 강하게 들 수밖에 없는 영화입니다. 그 기시감의 방향은 보는 사람들의 취향과 나이에 따라 전혀 다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남자주인공의 끝없는 모험의 연속에서 히치콕을 읽는 건 당연한 일이죠. 하지만 이 영화의 기원은 히치콕이 아닙니다. [땡땡]이죠. 원래 [땡땡] 영화를 만들려고 하던 사람들이 일이 잘 안 풀리자 새 주인공을 내세워서 처음부터 자기 멋대로 만든 영화래요. 만화 원작에 충실하려는 의무감에서 해방되자 이야기와 액션이 제대로 풀리고 그러면서도 땡땡의 모험이 가진 즐거운 매력이 살아났던 것이죠. 에르제도 이 영화를 아주 좋아했고 이전의 [땡땡] 영화들이 이 수준에 오르지 못한 것을 서운해했다고 합니다.

내수용 영화라고는 했지만 의외로 해외에서 성공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외국어 영화인데도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고요. 이 영화의 열렬한 팬 중에는 스티븐 스필버그도 있었는데, 그는 이 영화를 극장에서 아홉 번이나 봤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와 [레이더스]의 유사점을 지적하기도 하는데, 우연의 일치일 리가 없습니다. 하여간 70년대 내수용 프랑스 영화에서 현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문법과 스타일을 발견할 수 있다니 재미있죠. (15/08/26)

★★★

기타등등
전 프랑스와즈 도를레악은 이 영화에서 가장 예뻤던 거 같습니다. 맨 처음 본 영화라서 그렇게 각인된 것인지도 모르죠.


감독: Philippe de Broca, 배우: Jean-Paul Belmondo, Françoise Dorléac, Jean Servais, Roger Dumas, Daniel Ceccaldi, Milton Ribeiro, Ubiracy De Oliveira, 다른 제목: That Man from Rio

IMDb http://www.imdb.com/title/tt0058203/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30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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