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존 Dear John (2010)

2010.03.08 23:42

DJUNA 조회 수:8416

 

로맨스 영화로서 [디어 존]은 시간 낭비를 안 합니다. 영화가 시작되고 자막이 올라가면 빵! 두 주인공은 벌써 만났습니다. 여자 주인공 사바나가 실수로 물에 가방을 떨어뜨리자 우연히 근처에서 놀고 있던 남자 주인공 존이 물에 뛰어들어가 가방을 구출한 것이죠. 좋지 않습니까? 기사도 흉내도 내고 근육과 수영솜씨도 자랑하고. 그게 먹혔는지, 그 날이 채 지나기도 전에 존은 사바나의 남자친구가 됩니다.

 

좋습니다. 연인들은 세팅되었습니다. 그럼 이들을 갈라놓을 장애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 영화에서 그 장애는 전쟁입니다. 존은 군인이고 사바나는 대학생입니다. 그리고 이들이 본격적으로 데이트를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9/11 사태가 터집니다. 갑자기 부푼 애국심 때문에 존은 복무기간을 연장하고 어딘지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는 여러 나라들로 날아다닙니다.

 

이제 장애가 생겼으니 이들을 연결시켜주는 무언가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 영화에서 그것은 편지입니다. [디어 존]의 설정 덕택에 인터넷 시대를 사는 두 젊은이들은 손으로 쓴 종이 편지로 소통을 하게 됩니다. 그 과정 중 그들이 세비뉴 백작부인처럼 아리따운 걸작들을 생산해낼 가능성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이 정도면 귀엽고 로맨틱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이 소통도 끝까지 지속되어서는 안 됩니다. 더 큰 장애가 있어야 하죠. 영화 중반을 조금 넘어가면 그 장애가 터지는데, 그것이 무엇인지는 영화관에서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이런 건 군인들에게 아주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원작자인 니콜라스 스파크가 사바나 캐릭터의 고결함을 유지하면서 이런 설정을 만들어내기 위해 굉장히 인공적이고 억지스러운 해결책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소설에서는 더 그럴싸해보였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소설이 더 나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다면 영화도 그를 따랐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니콜라스 스파크의 소설들을 각색한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 이 영화 역시 막 비누로 씻고 나온 것 같은 깨끗하고 착한 두 젊은이들의 로맨스입니다. 연애가 잘 풀리지 않는 건 모두 외부 요인 때문이고, 이들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지루할 정도로 결백합니다. 그나마 이들에게 포인트를 주는 것은 이들의 '희생'인데, [디어 존]의 경우는 그게 그냥 말이 안 됩니다. 영화를 보면서 헤어진 두 연인들의 운명에 눈물 흘리는 대신 이 모든 게 자업자득이라고 헛웃음을 치게 된다면, 영화는 관객들을 설득하지 못한 겁니다. 특히 자기를 성모 마리아쯤으로 생각하는 사바나 캐릭터는 갑갑하기 짝이 없어요.

 

영화에 마음을 울리는 부분이 없지는 않습니다. 전 존과 자폐증에 걸린 아버지의 관계가 좋았습니다. 이 역시 한 없이 통속적인건 마찬가지지만 적어도 드라마의 논리는 더 자연스러웠습니다. 아버지를 연기한 리처드 젠킨스는 이 영화에서 가장 볼 만한 배우였고요. 그에 비하면 본론인 로맨스는 종이장처럼 가볍습니다. 하긴 한 번 싸움이 붙어도 몇 번 부비부비하면 까맣게 잊어버리는 애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요. (10/02/22)

 

★★

 

기타등등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클로이]에서 더 예쁩니다. 아, [디어 존]에서는 노래를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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