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병소장 Da bing xiao jiang (2010)

2010.03.20 05:45

DJUNA 조회 수:6807

 

[대병소장]이 얼마나 성룡영화인지 알고 싶으시겠죠. 우선 엔드 크레딧 때 NG 장면이 나옵니다. 하지만 성룡이 무술하다 실수하는 장면은 그렇게 많지 않아요. 이 영화에서 성룡은 무술 장면이 별로 없으니까요. 이 영화에서 그의 캐릭터는 전쟁이나 싸움을 싫어하는 농부 출신 병사로 무술 같은 건 모릅니다. 그의 유일한 재주는 돌을 잘 던지는 거랑 죽은 척하며 잘 숨는 거랍니다. 그래도 이 영화는 여전히 명절용 성룡영화 같은데, 그건 그가 지난 20년 동안 굴렸다는 이 이야기가 낙천성과 유머와 같은 성룡 영화의 특징을 여전히 많이 간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도입부는 무참한 전쟁의 학살입니다. 때는 중국 전국시대 말기, 양나라(이런 나라가 있었나요?)를 치려던 위나라 군대가 미리 정보를 듣고 잠복하고 있던 양나라 군대의 습격을 받습니다. 그 결과 양쪽 부대 모두가 거의 전멸하고 말아요. 여기서 살아남은 건 군대를 지휘하던 위나라 태자와 죽은 척하고 있던 양나라 병사. 지난 몇 년 동안 고향을 떠나 전쟁터에서 살다시피했던 병사는 위나라 태자를 잡아 데리고 가면 상도 받고 명예제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태자를 포로로 삼아 양나라로 가려 하고, 여기서부터 이야기가 만들어지죠.

 

반전영화라고 부를 수 있을 겁니다. [대병소장]은 전쟁의 영광이나 전사의 명예 따위엔 관심이 없어요. 그런 건 다 잔인무도한 바보짓입니다. 양나라 병사로 대표되는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욕망과 그를 가능하게 해주는 평화가 더 중요하지요. 두 주인공이 양나라로 가는 여정 중 겪는 모든 소동들이 그 주제를 말해주기 위해 존재합니다. 양나라 병사는 특별히 현명한 인물은 아니지만, 그러는 동안 미래의 군주가 될 위나라 태자에게 세상을 보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스승 역할을 하게 됩니다.

 

난세의 고대 중국을 그렸다는 점에서 비슷한 시기에 나온 [공자]와 자꾸 비교하게 되는데, [대병소장]이 몇 배 낫습니다. 철학자의 전기영화이면서 어설픈 CG 병사들을 굴리는 데에 집착했던 [공자]와는 달리 당시 전쟁에 얽혀 있는 진짜 사람들을 보여줍니다. 전쟁의 피해자인 아녀자들,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동안에도 탁상공론만 늘어놓고 있는 학자들, 그러는 동안에도 권력 다툼에 눈이 먼 왕족들과 신하들. 그렇다고 기능성에 매달리느라 이들을 스테레오 타입으로 그리는 것도 아닙니다. 그리 깊이 있다고 할 수 없고 종종 감상주의에 빠지긴 하지만 이들은 적어도 보통 사람들이 갖추고 있는 애매모호함과 예측불가능함을 갖고 있습니다. 그건 이들이 속해 있는 영화의 드라마도 마찬가지입니다.

 

성룡 액션은 거의 없지만, 여전히 영화는 성룡이라는 배우에 많이 의존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그를 스타로 만든 건 무술실력만이 아니었죠. 연기파 배우는 아니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가 익숙해진 그의 개성과 카리스마는 여전히 영화에 남아 있습니다. 무술이 없다고 해도 몸을 날리는 육체적 액션이 사라진 건 아니고요. 태자로 나오는 왕리홍도 좋은 짝입니다. 둘은 죽이 잘 맞고 자기 역할도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요.

 

이 정도면 괜찮은 이야기를 하는 무난하게 좋은 영화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결말이 좀 걸립니다. 아니, 전 드라마를 맺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그건 좋아요. 걸리는 건 에필로그를 맺는 내레이션입니다. 얼핏 보면 이는 영화의 반전 주제와 일치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미 고정된 역사에서 다른 길을 찾는 건 불가능하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지금의 중국 정부와 당시 진나라를 비교하면서 정치적 의미를 읽으려 할 것이고, 그 의미는 무척 수상쩍습니다. (10/03/07)

 

★★★

 

기타등등

유승준은 왕리홍이 연기하는 태자의 동생으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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