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라마 Logorama (2009)

2010.03.08 21:18

DJUNA 조회 수:11833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로고라마]의 무대는 로스 앤젤레스. 단지 이 로스 앤젤레스는 건물과 사람들 모두가 유명회사의 로고로만 구성된 가상세계입니다. 미쉘린맨이 경찰이고, 맥도널드의 로널드 광대가 미치광이 범죄자이고, 동물원에는 MGM의 사자가 우리 안에 갇혀 있는 곳이죠. 환상적이지 않습니까? 콜롬부스의 달걀입니다. 너무나 자명한 아이디어인데도 아무도 아직까지 이런 걸 상상하지 못한 것이죠.

 

영화의 이야기는 두 개의 클리셰에 의해 지탱됩니다. 전반부는 인질을 잡고 날뛰는 로널드 광대와 그를 잡으려 하는 미쉘린맨 경찰의 이야기입니다. 전형적인 R등급 액션영화처럼 흐르던 이 이야기는 갑자기 로스 앤젤레스에 대지진이 찾아오면서 재난영화가 됩니다.

 

영화의 주제를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로고라마]는 하고 싶은 말을 숨기는 작품 따위는 아니니까요. 이 영화는 현대 소비사회에 대한 풍자이고 야유이며 묵시록적 예언입니다. 그리고 관객들은 (적어도 영화를 보는 동안은) 이 이야기를 군말 없이 받아들입니다. 딴 생각을 하고 시비를 걸기엔 영화의 아이디어와 그 아이디어가 풀어놓는 비주얼이 너무 압도적이기 때문이지요. 특히 종말론으로 흐르는 후반부는 그렇습니다.

 

일부러 진부함을 고수하는 단순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영화의 캐릭터들은 각본에서 지시한 것보다 훨씬 다채롭습니다. 이미 관객들은 이들 로고들이 어떤 성격인지 알고 있고 그 이미지에도 익숙해져 있잖아요. 영화는 이를 아주 교활하게 이용하고 있어요. 진부한 캐릭터 묘사를 능청맞게 로고와 결합시키기도 하고, 야비하게 역이용하기도 하며, 재난 속에서 이들을 마구 죽여 없애기도 하지요. 정보량이 워낙 많아서 유튜브를 붙잡고 수십 번은 돌려봐야 만족할 관객들도 많을 겁니다. 이 역시 영화가 노리는 것이겠죠.

 

단지 걱정되는 게 하나 있습니다. 이 영화는 도대체 저작권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으려나요? 맥도널드나, 미쉘린, 프링글스와 같은 회사들이 이 영화를 그리 좋아할 것 같지는 않은데 말입니다. (10/03/08)

 

★★★☆

 

기타등등

앤드루 케빈 워커와 데이빗 핀처가 프링글스 아저씨들의 목소리 연기를 했군요. 그럴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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