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링 인 러브 The Other End of the Line (2008)

2010.03.25 20:02

DJUNA 조회 수:4905

 

[콜링 인 러브]는 글로벌 아웃소싱 시대의 로맨스입니다. 누군가가 이런 이야기를 만들 때도 되었죠.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마인드로 영화를 만든다고 해도 시작은 새롭지 않습니까? 뉴욕에 사는 광고업자가 샌프란시스코에 산다는 목소리 좋은 신용카드 회사 직원이 맘에 드는데, 알고 봤더니 이 아가씨는 뭄바이에 사는 인도인 직원이었던 겁니다.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이 있습니다. 이대로 만나지 못하게 그냥 두나요. 아니면 억지로 핑계를 만들어 만나게 하나요. 만난 다음에는 그냥 정체를 밝혀야 하나요, 아니면 신분을 위장해 소동극을 벌여야 하나요. 둘의 문화적 갭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요. 문제는 쌓이고 쌓였습니다. 그것들을 하나씩 해결해가는 것이 각본작업이죠. 그리고 어느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작품의 질이 결정됩니다.

 

이런 면에서 보았을 때, [콜링 인 러브]는 결코 좋은 선택을 한 작품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제 생각에 가장 큰 실수는 목소리로만 존재하는 카드회사 직원 '제니퍼 데이빗'을 너무 빨리 치워버린 것 같습니다. 미국인 직원 제니퍼 데이빗을 연기하던 인도인 여자 주인공은 프리야는 인터넷으로 광고업자 그레인저의 신상을 잽싸게 검토해본 뒤 미국으로 건너가 버리거든요. 프리야가 자신을 제니퍼 데이빗이라고 밝히려다가 겁에 질려 물러나는 장면에서는 인종 편견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갈 수도 있었을 것 같지만, 그 뒤에 그레이저는 호텔에서 우연히 만난 프리야에게 그냥 반해버리니 이 이야기도 엉성해집니다. 그리고 그 뒤로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이고 지루한 소동극이에요. 정말 건성으로 쓰여졌고 건성으로 연출되었으며 음악 선정도 지루하기 때문에 만든 사람들의 프로페셔널리즘이 의심될 지경입니다. 

 

이런 것들보다 더 걸리는 것은 영화가 그리는 인도와 서구의 관계입니다. 전 이 주제에 익숙해요. 많은 인도계 감독들이 다루는 소재니까요. 생각해보면 [콜링 인 러브]에 제가 전혀 만족할 수 없었던 것도 그 주제를 다룬 거린더 차다나 디파 메타, 미라 나이어 같은 사람들이 [콜링 인 러브]를 만든 감독 제임스 도드슨이나 각본가 트레이시 잭슨보다 훨씬 진지하고 지적인 예술가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여간 이 영화의 태도는 안 좋습니다. 서구 문화에 익숙한 인도인 직업여성이 자신의 소망을 따라가지 못하는 고국의 환경이나 남자들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또 흔한 일입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상대방의 사진과 경력을 확인하고 무작정 미국으로 날아가는 프리야의 행동은 진실성을 의심받기 딱 좋지 않습니까. 그리고 남자주인공 그레인저의 기회주의적인 행동들은 어떻습니까?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두 주인공들이 어느 정도 호감가는 인물들이어야 하지 않습니까? 물론 덜 완벽한 인물로 태어났다가 드라마 진행 과정 중 성장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 과정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캐스팅은 무난하게 좋은 편입니다. 여기서는 남자 주인공 역의 제시 매트카프보다 여자 주인공을 연기한 슈리아 쪽이 더 이득을 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영화에서는 이국적인 미모와 억양이 장점일 수밖에 없죠. 그래서 슈리아의 불안한 태도가 더 설득력을 잃는 것인지도 몰라요. 슈리아 정도로 예쁜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외모의 힘이 얼마나 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쉽게 자신감을 잃고 뒤로 물러서지는 않아요. (10/03/23)

 

★★

 

기타등등

나름 재치를 부리려 한 것 같은데 그래도 [콜링 인 러브]라는 한국 제목은 그냥 끔찍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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