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어스 맨 A Serious Man (2009)

2010.03.26 21:54

DJUNA 조회 수:8728


래리 고프닉의 인생은 그 정도면 괜찮아 보입니다. 종신교수직을 코 앞에 둔 물리학 교수이고 그럭저럭 보기 좋아 보이는 주택가에서 안락한 중산층 가족의 가장 노릇을 하고 있지요. 그렇게 유혹적으로 끌리는 인생은 아니지만 이 정도라면 성공한 인생이지요.


하지만 고프닉의 인생은 영화가 시작되기도 전에 조금씩 지옥과 비슷한 공간으로 변합니다. 아내는 이웃과 눈이 맞아 이혼하겠다고 우기죠, 집에서 머물고 있는 동생은 툭하면 수상쩍은 문제로 경찰들을 불러들이죠, F학점을 받은 한국인 학생은 뇌물을 줘서 골치를 썩히죠, 종신교수 자격을 심사하는 위원회에는 누군가가 그를 비난하는 편지를 보내죠, 사냥광인 옆집 남자는 유태인 혐오자임이 분명하죠... 고프닉은 하늘에 대고 비명을 지르고 싶습니다.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데! 하지만 그런다고 대답을 들을 수 있는 건 아니니, 고프닉은 선량한 유태인답게 대안을 찾습니다. 랍비들을 찾아가는 거죠.


어디서 많이 들은 이야기가 아닙니까? 물론이죠. 욥 이야기입니다. 고프닉은 욥입니다. 그가 만나는 세 명의 랍비들은 욥을 찾아온 세 친구들입니다. 심지어 이 영화에서는 신도 나옵니다. 등장하자마자 후닥닥 끝나버리긴 하지만요. 단지 영화는 [욥기]의 저자와는 달리 신앙심 따위를 품고 있지는 않습니다. 코엔 형제는 이 지극히 유태적인 이야기를 특정 종교와 상관없는 보편적인 철학적 질문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를 통해 1960년대 말을 사는 유태인 커뮤니티를 묘사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는 것도 마찬가지로 중요하겠죠.


영화는 코미디입니다. 그것도 배꼽잡는 코미디죠. 고프닉이 겪은 재난들이 하나씩만 떨어졌다면 진지한 드라마가 될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가차없이 융단폭격을 가한다면, 영화는 코미디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주인공 래리 고프닉이 결코 이런 상황을 가볍게 웃어 넘길 수 있는 성격의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순전히 자신이 괴롭다는 이유로 그가 빠져있는 무작위적인 재난에 어떤 신의 의미가 담겨 있을 것이라고 믿는 그의 태도도 웃기지 않습니까? 그가 웃지 못한다면 우리가 대신 웃어야죠. (10/03/26)


★★★☆


기타등등

영화 속에 나오는 한국인 학생 캐릭터에 대해 변명할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군요. 요새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면 그런 사람들이 없다고 말할 수도 없지 않습니까? 단지 1960년대라는 시대와는 조금 어긋난다는 느낌이 들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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