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스 Entre les murs (2008)

2010.03.30 00:23

DJUNA 조회 수:7577


얼마 전 전 저와 관련된 새로운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습니다. 교육을 다룬 프랑스 영화가 제 취향이라는 거죠. 그렇지 않다면 지난 몇 개월 동안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 두 편이 모두 교육 주제 프랑스 영화들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하겠습니까? 어쩌다보니 두 영화가 모두 취향에 맞는 좋은 영화였던 게 아니냐고요? 그럴 수도 있겠죠.


로랑 캉테의 [클래스]에서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냐고요? 전 영화가 단순히 학교를 배경으로 삼은 멜로드라마가 아니라 학교에서 벌어지는 진짜 일, 그러니까 교육을 소재로 삼은 작품이라는 게 좋았습니다. 교육 철학이나 윤리와 같은 막연한 것이 아니라 진짜 선생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구체적인 행위 말이죠.


[클래스]가 러닝타임 내내 보여주는 것도 바로 그것입니다. 프랑스와 마랭이라는 프랑스어 선생이 자신이 담임으로 있는 반에서 한 학기 동안 아이들을 가르칩니다. 영화 대부분은 마랭 선생의 반에서 벌어지고 나머지 장면들은 학교 울타리 안을 거의 벗어나지 않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바로 그 다큐멘터리적인 특성입니다. 캉테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진짜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여주려고 작정한 것 같습니다. 멜로드라마를 제거하고 꼭 일어났을 법한 일들만 넣어주는 거죠.


제작 과정부터 그래요. 캉테는 각본을 쓰고 배우들을 캐스팅해 찍는 쉬운 길을 택하지 않았습니다. 실제 20구의 중학교에 다니는 다문화, 다인종인 아이들을 모아서 1년에 걸친 워크숍을 해가며 배우들을 만들어갔죠. 그러는 동안 처음에는 각본과 사실 검증을 위해 참여했던 원작소설의 작가 프랑스와 베고도도 마랭 선생 역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그 결과는 놀랍도록 생생합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어요. 학교는 선생들에게나 학생들에게 일종의 연기를 요구하는 곳이니까요. 특히 선생들은 자격증을 딴 퍼포먼스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지요. 프랑스와 베고도는 배우로서는 초보일지 몰라도 이 퍼포먼스에는 능숙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건 학생들 역시 마찬가지죠. 그들이 맡고 있는 캐릭터가 자신의 성격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아요.


그런 과정을 통해 우리가 볼 수 있는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글쎄요. 그건 사람들에 따라 다를 것 같습니다.


많은 서구 평론가들은 베고도와 캉테가 그린 이 작은 세계가 서구 어디를 가도 먹힐 정도로 보편적인 곳이라고 보았습니다. 사실 그 영역은 훨씬 넓게 잡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관객들 역시 이 상황이나 캐릭터들에 익숙할 수밖에 없어요. 학교에서 선생들이 하는 일들은 어디를 가도 비슷하니까요. 아이들에게 어떻게든 약간의 지식을 쑤셔넣으려고 기를 쓰는 동안 그 애들에게 잡아먹히지 않는 것이죠. 그런 선생들에게 대응하는 아이들의 반응 역시 비슷하고요. 우리는 이 세계를 알고 선생과 아이들 양쪽 모두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영화가 가진 힘의 상당 부분도 이 공감에서 나오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특별한 환경에 있는 특별한 개인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고 해도 프랑스의 중학교는 우리의 중학교와 다릅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주인공 마랭 선생은 그 중에서도 조금 다른 사람입니다. 그 때문에 영화 속에서는 끔찍한 문제거리인 것들이 우리의 관점에서는 오히려 부러움을 사는 경우도 있지요. 그리고 그 최종적인 의미는 캉테와 베고도가 의도한 것과는 많이 다를 것입니다.


전 무엇이 더 좋았던 걸까요? 거의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의 공감, 그를 통해 유발되는 어느 정도의 짜증, 어느 정도의 부러움, 어느 정도의 감탄. 아마 베고도와 캉테가 의도했던 것보다 감탄이 조금 더 컸던 것 같습니다. 당사자들은 짜증 나 미칠 지경이었을지 몰라도 마랭 선생의 수업은 근사했습니다. 마랭 선생은 높은 목표를 품은 지적이고 열정적인 교사입니다. 아이들도 그 만큼이나 열성적이고 수업 참여도도 높습니다. 사실 마랭 선생이 그렇게 울화통 터지는 상황에 빠졌던 것도 그 아이들이 수업에 적극적이었고 또 그 진행 과정 중 자신을 방어할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에는 해답이 없습니다. 추상적인 무언가에 도달하기엔 마랭 선생이나 학생들이나 모두 너무 인간적이죠. 영화가 꿈꾸었던 유토피아의 꿈은 단지 꿈으로 제시될 뿐이고 이들은 어쩔 수 없는 자신과 시스템의 현실 속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 중 몇 명은 그러는 데에도 성공하지 못하고요. 하지만 이 불완전하고 울화통 터지는 세계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뻘짓만 했다고 믿지는 않아요. 그들은 무언가를 가르치고 배웠습니다. 그게 그들의 원래 의도나 목표가 아니었다고 해도. (10/03/27)


★★★★


기타등등

원작 소설은 얼마 전에 번역출간되었습니다. 영화와는 달리 주인공 교사의 입장에 더 치중한 것 같은데, 그래도 생각보다 영화와 내용이 비슷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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