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주의 결투 Duel in the Sun (1946)

2015.11.20 13:40

DJUNA 조회 수:3090


[백주의 결투]는 1946년에 나온 데이빗 O. 셀즈닉의 테크닉컬러 서부극입니다. 킹 비더가 감독했지만 셀즈닉의 영화나 마찬가지이고 비더 이외에도 수많은 감독들이 여기저기에 품앗이를 했지요.

원작은 니븐 부쉬가 쓴 동명의 소설인데, 영화와 얼마나 닮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한동안은 부쉬의 아내인 배우 테레사 라이트 주연으로 영화화 계획이 진행되었었대요. 당시 루트 역으로는 존 웨인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하고요. 그 프로젝트가 셀즈닉에게 넘어갔고 주연은 제니퍼 존스에게로 넘어간 거죠. 두 사람 다 섹시한 메스티자 역으로 가장 먼저 떠올릴 사람들은 아니죠. 저에겐 이 캐스팅 아이디어 모두가 변태스럽게 보입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펄 샤베스입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백인과 아메리카 원주민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에요. 아버지가 아내와 아내의 정부를 쏴죽이고 처형되자 펄은 아버지의 친척인 로라 벨의 집에 보내집니다. 로라 벨의 남편은 반신불수인 상원의원이고 둘 사이에는 아들이 둘 있는데, 하나는 착한 남자인 제시이고 다른 한 명은 나쁜 남자인 루트죠.

네, 맞습니다. 딱 한국 연속극 설정이죠. 특히 루트는 너무나도 모범적인 '나쁜 남자'라서 어이가 없을 지경입니다. 자신의 개성보다는 '나쁜 남자'의 기능성에 더 충실한 캐릭터죠. 물론 펄은 그런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 자신이 싫어 죽겠고... 이들의 애증은 결국 제목에도 나오는 '백주의 결투' 장면에서 폭발합니다. 거의 섹스처럼 묘사되는 결투신이죠.

엄청나게 선정적인 영화입니다. 물론 헤이즈 규약 시절 영화이니 대단한 노출이나 폭력장면은 없어요. 하지만 그렇게 억압된 시기에만 나올 수 있는 고유의 선정성이 있습니다. 코르셋에 꽉 죄인 육체처럼 별 것 아닌 것 같은 장면에서도 성적 에너지가 넘치는 영화예요. 정치정 공정성 따위는 오래 전에 팔아먹었고요. 하긴 제니퍼 존스가 얼굴에 물감칠하고 주변 남자들을 홀리는 메스티자로 나오는 영화에서 그런 걸 기대하는 것 자체가 웃기지 않습니까.

개봉 당시 엄청난 혹평을 받았던 영화입니다. 요새는 재평가 받고 있지만 지금도 그렇게 완벽한 걸작처럼 보이지는 않아요. 40년대에만 나올 수 있는 기이하게 사치스러운 고물이죠. 그러나 이 부조화가 만들어내는 그림을 지루해하며 넘기기는 어렵죠. (15/11/20)

★★★

기타등등
[백주의 결투] 팬 중엔 어렸을 때 이 영화를 보면서 "왜 저 여자는 나쁜 남자를 좋아하지?"라고 심각했던 마틴 스콜세지 감독도 포함되어 있지요.


감독: King Vidor, 배우: Jennifer Jones, Gregory Peck, Joseph Cotten, Lionel Barrymore, Herbert Marshall, Lillian Gish, Walter Huston

IMDb http://www.imdb.com/title/tt0038499/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3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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