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콜 (2016)

2016.12.30 19:02

DJUNA 조회 수:3152


경기 불황으로 자신이 연출자로 일하는 삼류 에로 극단이 문을 닫을 위기에 빠지자, 민기는 마지막 무대에서 평생의 꿈을 실현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그건 바로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 대축제에 [햄릿]을 공연하는 것이죠. 지금까지 에로 연극을 연기하던 단원들은 이제 셰익스피어의 대사를 암기하기 시작하고, 여기에 치매를 앓는 왕년의 대배우와 연기 경험이 없는 걸그룹 멤버가 가세합니다. 하지만 막이 오르기도 전에 연달아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일어나 심지어 햄릿은 등장하기도 전에 사망한 것처럼 되어버리죠. 과연 민기는 이 위기를 넘길 수 있을까요.

류훈의 [커튼콜]이 다루고 있는 것은 장르화된 위기입니다. 무대 뒤의 위기가 무대 앞의 연극 무대에 영향을 끼쳐 난장판이 되고, 주인공들은 어떻게든 이를 수습하려고 난리를 치고. 이런 이야기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마이클 프레인의 연극 [노이즈 오프]. 영화로는 라디오 방송이 소재인 일본 영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가 떠오르는군요.

[커튼콜]의 차별점이기도 하고 핸디캡이기도 한 것은 이들이 올리는 작품이 셰익스피어가 쓴 불멸의 걸작이라는 것입니다. 원작 자체가 워낙 뛰어난 작품이고 (아마도) 모두가 내용을 알고 있기 때문에 다루기가 쉽지 않아요. 앞에서 언급한 두 작품은 일련의 소동 때문에 연극과 라디오 극이 더 재미있는 무언가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죠. 하지만 [햄릿]을 갖고 이런 게임을 하면 작품은 자잘한 패러디와 소극의 파편들만 남고 파괴되어 버립니다.

영화는 이 상황을 극복하지 못합니다. 배우들은 최선을 다하고 그러다보면 가끔 반짝이는 장면들이 생기는데, 이들이 잘 결합되지 않아요. 보다보면 영화 속 관객들이 걱정이 됩니다. 이 연극이 그렇게까지 재미있는 무언가란 생각은 들지 않아요. 농담의 일부는 그냥 진부하고요. 머리속으로 생각한 것만큼 쉽게 재미있어질 수 있는 소재는 아닌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반 이후에 올라가면 영화는 어느 정도 에너지를 찾기 시작합니다. 배우들의 앙상블이 좋고 편집으로 이를 잘 잡아낸 편이라 아무리 연극이 난장판으로 빠지더라도 영화의 흐름이 완전히 깨지지 않아요. 무엇보다 아무리 프로페셔널하지 못한 행동들이 이어지더라도 캐릭터들을 외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들이 결국 연극의 흐름을 찾아내고 결말에 도달하면 진심으로 안심하게 되지요. 무대 위의 소동이 창의적으로 재미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16/12/30)

★★

기타등등
1. 2:1 화면 비입니다. 텔레비전으로 보면 괜찮아요. 하지만 극장에선 잘 모르겠습니다. 이 비율 영화를 극장에서 본 건 [카페 소아이어티] 뿐인데, 스토라로가 뭐라고 말하건 전 별로였거든요. 제대로 마스킹해 이 비율을 살릴 수 있는 극장에서 본다면 모를까.

2.엔드 크레디트 끝나고 쿠키가 있습니다.


감독: 류훈, 배우: 장현성, 박철민, 전무송, 유지수, 장혁진, 서호철, 이이경, 채서진, 고보결, 다른 제목: Curtain Call

IMDb http://www.imdb.com/title/tt5824926/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44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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