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마더링 하트 The Mothering Heart (1913)

2018.03.30 23:50

DJUNA 조회 수:3252


사랑에 빠진 두 젊은이가 결혼합니다. 그림만 보면 큰 문제가 없는 거 같지만 자막은 은근히 여자를 걱정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못 믿을 남자라고요. 여자 쪽이 남자를 사랑하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사랑보다 연민이나 동정의 감정이 더 컸을 수도 있겠군요. 시간이 흐르면 우린 왜 자막이 그런 경고를 했는지 알게 됩니다. 열심히 일해서 돈은 많이 벌었어요. 직장도 괜찮은 곳에 다니기 시작했고. 하지만 이 인간이 한눈을 팔기 시작했어요. 시내 카페에서 만난 도회지 여자하고요. 남자는 바람이 나고 아내는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 집에서 나옵니다. 하지만 남편은 몰랐죠. 아내가 임신 중이라는 사실을.

D.W. 그리피스의 2릴짜리 단편 [더 마더링 하트]의 스토리는 우리에게 익숙합니다. [선라이즈]잖아요. 하지만 무르나우가 이 영화에서 영향을 받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선라이즈]는 헤르만 수데르만이 쓴 원작이 따로 있거든요. 그냥 이 영화가 만들어졌을 무렵엔 이런 이야기가 흔했습니다. 도회지의 세련된 여자에게 반해서 순박한 아내를 버리거나 버리려 했다가 후회하는 남편들이 나오는 교훈극. 도시의 악을 조심하고 아내를 사랑하거라, 남편들이여. 그러니까 우린 이런 이야기에서 개별적인 개성 같은 걸 봐서는 안 됩니다.

그러니까 현대 관객들은 [나비부인]을 보듯 이 영화를 보게 됩니다. 이야기는 진부하고 고루합니다. 하지만 이 진부한 노래를 부르는 프리마돈나는 사정이 다르죠. 릴리안 기시 말이에요. 그리피스가 [더 마더링 하트]를 [선라이즈]처럼 엄청난 영화적 걸작으로 만든 게 아니기 때문에 우린 오히려 더 배우의 얼굴에 집중하게 됩니다. 그리고 당시 무성영화들은 정말 여자들의 얼굴을 사랑했어요.

하지만 아무리 기시가 아름다워도 짜증나는 결말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습니다. 전 그냥 기시의 캐릭터가 아기와 함께 혼자 씩씩하게 살길 바랐어요. 아기를 병으로 죽이고 아내를 상심에 빠트려서 이를 한심한 남편의 회개의 도구로 삼는 일은 없길 바랐다고요. 아니, 그 인간은 깊이 반성하고 온 것도 아니잖아요. 여자친구가 더 조건 좋은 다른 남자를 만나서 차인 거지. 하지만 어쩌겠어요. 100년 전 사람들에게 제가 원하는 결말은 전혀 당연하지 않았으니. (18/03/30)

★★☆

기타등등
카바레 장면에 나오는 춤은 아파쉬 댄스라는 것이죠. 아파치라고 읽어서는 안 됩니다. 세기말에 악명을 떨치던 파리 길거리 갱단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랍니다.


감독: D.W. Griffith, 배우: Walter Miller, Lillian Gish, Kate Bruce, Viola Barry, Charles West, 다른 제목:

IMDb http://www.imdb.com/title/tt0003170/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32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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