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리스트 The Tourist (2010)

2010.12.09 22:51

DJUNA 조회 수:11036


플로리안 헨켄 폰 도네르스마르크가 할리우드에서 처음으로 만든 영화는 소피 마르소와 이반 아탈 주연의 프랑스 영화 [안소니 짐머]를 리메이크한 [투어리스트]라는 영화입니다. 이 과정 중 그의 의지와 취향이 얼마나 더 개입되었는지는 모르겠어요. 척 봐도 [타인의 삶]의 감독이 택할 프로젝트처럼 보이지는 않잖습니까. 하지만 [타인의 삶]의 감독이라고 스릴러 영화를 만들지 말라는 법은 없고, 그가 은근히 이런 스타일의 영화를 할리우드에서 만들고 싶어했을 수도 있습니다. 


영화는 진짜 이야기보다는 하나의 꿈처럼 시작합니다. 유럽에 관광여행을 온 전문대 수학교수가 기차 안에서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영국 여자를 만납니다. 그 여자에게 말려든 그는 엉겁결에 그녀의 호텔까지 가게 되고, 다음 날 아침, 그를 그녀의 진짜 애인이라고 오인한 악당들이 그를 습격합니다.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나 그와 비슷한 내용의 히치콕 영화를 보고 잠자리에 들면 이런 꿈을 꾸게 됩니다. 


이런 이야기를 진지하게 만드는 건 범죄가 아닙니다. 여러분은 안젤리나 졸리와 조니 뎁을 따라 베네치아의 곳곳을 누비며 사치스러운 모험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게 지겨워진다면 사람 목숨을 파리처럼 여기는 사악한 대머리 악당이 중간에 끼어들어 자극을 제공해주고요. 이런 패키지 여행이 나빠야 얼마나 나쁘겠습니까. 아무리 싱거워도 기본은 된단 말입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도 그 기본에 있습니다. 특히 안젤리나 졸리요. 이 영화의 졸리는 섹시하고 유혹적이고 신비하고 카리스마가 좔좔 넘칩니다. 이 정도면 히치콕 영화에 나왔던 클래식 할리우드 배우들과 경쟁해도 이기겠습니다. 영화가 빛을 발할 때도 졸리가 연기하는 엘리즈 캐릭터가 살아있을 때입니다. 여러분이 졸리 팬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 손해볼 일은 없습니다. 


조니 뎁은 졸리만큼 유리한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척 봐도 캐릭터의 위치가 졸리를 받아주는 수동적인 역할이죠. 물론 이 역할로도 배우가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뎁은 그러지 못합니다. 후반부의 스토리 해결과 관련된 몇몇 이유 때문에 발목이 잡혀 있거든요. 어떻게 보면 그는 한 손을 등 뒤에 묶고 연기를 하는 셈입니다. 


영화 전체도 뎁과 비슷한 핸디캡을 안고 있습니다. 이 캐스팅에 이 로케이션이라면 충분히 제2의 [샤레이드]가 나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원작 [안소니 짐머]가 미리 정해놓은 스토리가 영화의 흐름을 막습니다. 할리우드에서 이 영화의 리메이크 판권을 산 이유도 바로 그 스토리 때문이겠죠. 하지만 소피 마르소와 이반 아탈이 나오는 중저예산 프랑스 영화와 안젤리나 졸리와 조니 뎁이 나오는 대규모 할리우드 영화는 전혀 다른 종류가 아니겠습니까? 캐스팅과 그림에 맞추기 위해 원작에서 벗어날 필요도 있단 말입니다. [투어리스트]는 불필요한 국면전환을 제거한, 보다 솔직한 영화였다면 더 좋았을 작품입니다. (10/12/09)



기타등등

저 같은 구식 추리소설 독자는 영화에 스코틀랜드 야드가 나오기만 해도 가슴이 뜁니다.


감독: Florian Henckel von Donnersmarck, 출연: Angelina Jolie, Johnny Depp, Paul Bettany, Timothy Dalton, Steven Berkoff, Rufus Sewell


IMDb http://www.imdb.com/title/tt1243957/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5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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