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전설 (1999)

2010.12.12 23:58

DJUNA 조회 수:10373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많이들 [학교전설]을 신동엽 경력상 최대의 오점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지 않습니까? 원래 그 나이 또래의 개그맨들의 경력은 유치찬란한 제목의 유치찬란한 영화들로 범벅이 되어 있기 마련이고, 신동엽의 경력은 오히려 평균보다는 준수한 편입니다. 그가 출연했던 [장군의 손자]나 [둘이 합쳐 IQ 50]같은 전유성의 비디오 영화들이[학교전설]보다 특별히 나을 거라는 생각도 안 들고요.


오히려 이 영화를 경력의 오점으로 여길만한 사람은 감독인 김현명입니다. 그는 1984년 [아가다]를 찍은 이후 8,90년대에 꾸준히 영화를 만들어왔던 중견이죠. 혹시 동명이인이 아니었나 검색해봤는데 역시 같은 사람이었어요. 옛 기사를 보니 "어린이 영화시장 개척을 위해" 키즈무비 전문 제작사 시네웍스를 만들어 2년의 준비 끝에 창립작품으로 내놓은 영화랍니다. 그 뒤 그와 그의 회사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그렇게 즐거운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이 영화에서 신동엽은 김개동이라는 시골 초등학교 교사를 연기합니다. 서울에서 교환수업을 받으러 온 아이들이 이 시골 학교에 머무는데, 그곳에서 귀신이 나온다는 이야기지요. 운동장에서는 이순신 동상이 살아 움직이고, 교실에서는 소복 입은 여자 귀신이 나오고, 취사실에서는 요리사 귀신이 나오고 그렇습니다. 중간에는 경찰 귀신도 나오는 것 같아요. 김개동이 서울 학교에서 온 정유미 교사와 연애질을 시도하다가 학교 밖에 나와 있는 동안, 서울 아이들은 학교에 왜 귀신들이 싸돌아다니는지 알아내려 돌아다닙니다. 


그 사연은 지극히 통속적이고 뻔한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따돌림 당하던 모범생 소녀가 우물에 뛰어들어 자살했는데, 그 소녀의 귀신이 학교를 떠돌아다닌다는 거죠. 그럼 학교에 나오는 학교전설 일당들은? 모두 그 소녀 귀신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환상이라고 합니다. 설득력은 없고 편리하기만 한 설명이지요. 하여간 영화가 끝날 무렵엔 유일한 친구인 시골 학교 학생의 도움으로 소녀는 안식을 찾고 아이들은 친구들을 따돌리지 말아야겠다는 교훈을 얻습니다. 


[학교 전설]은 조악하고 유치합니다. 이건 처음부터 예상했던 거죠. 문제는 이 조악함과 유치함이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당시 한국 어린이 영화의 공식이었다는 겁니다.이런 영화는 이런 식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주류 감독이 일부러 엉성하고 유치하게 굴었다는 티가 나요. 그렇다고 그에게 신동엽의 동료들이 나왔던 개그맨 중심 싸구려 영화의 용감무쌍함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요. 그 결과 유치하기는 한데, 유치한 재미는 없고 밍밍하기만 했던 영화가 나왔던 겁니다. 그러면서 신파와 교훈은 엄청 노골적이지요.


영화의 연기는 그리 좋은 편은 아닙니다. 신동엽은 그 정도면 성의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정유미 선생으로 나오는 최지나도 그냥 기본은 하고 있지만, 아역 배우들의 연기가 나빠요. 어쩔 수 없는 일이겠죠. 당시 이런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아역 배우들, 특히 남자 아역 배우들에게 쿨한 척 하는 연기를 시키는 걸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연기가 조악함을 벗어나긴 어려우니까요. 이 영화에서 가장 잘한 아역 배우도 비교적 전문가답게 정극 연기를 하는 귀신 역할의 전혜진입니다. 아무리 어린이 영화를 만든다고 해도 일부러 눈높이를 맞춘답시고 '어린이 영화' 식 작업을 할 필요가 없다는 걸 보여주는 또다른 예지요. (10/12/12)



기타등등

류덕환의 어린 시절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대단한 역할은 주어지지 않고 연기도 평범하지만요. 김성은도 아이들에 섞여 잠시 나왔다 사라집니다. 


다시 검색해보니, 영화 개봉직전에 신동엽이 대마초 때문에 구속되었다고 하더군요. 기억이 날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그런 일이 없었어도 성공했을 작품은 아닙니다. 


감독: 김현명, 출연: 신동엽, 최지나, 전혜진, 최정, 주용진, 오솔, 류덕환, 주요한, 김성은, 최지혜, 다른 제목: Spooky School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28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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