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뛴다 (2010)

2010.12.24 23:18

DJUNA 조회 수:11794

 

여기 이식수술을 하지 않으면 당장 죽을지도 모르는 여덟 살 소녀가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병원에 간부전으로 죽어가는 50대 환자가 실려와요. 벌써 코마 상태이고 회복 가능성은 없으며 며칠만 지나면 자연스럽게 뇌사 상태에 빠질 거랍니다. 엄마는 기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갑자기 환자의 아들이라는 인간이 툭 튀어나와서 자기 엄마를 죽이지 말라고 난리를 치더니 갑자기 환자를 빼돌려 사라집니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누구를 선택해야 할까요? 사실 이건 질문도 아닙니다. 아무리 스릴러라고 해도 이런 대중영화에서 어린 여자애를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잖아요. 결말은 이미 나와 있는 겁니다. 단지 그 과정이 중요하지요. 어떻게 하면 이미 나와 있는 결말에 이르는 동안 관객들을 계속 자극할 수 있을까. 


윤재근은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캐릭터를 이용했습니다. 특히 아들인 휘도요. 그는 딱 청개구리 아들입니다. 엄마가 죽을 병에 걸렸다는 걸 알자 그 때서야 뉘우치고 효자가 되겠다고 결심한 인간이죠. 물론 관객들은 그의 입장에 쉽게 동조하지 않습니다. 도입부에서 너무 점수를 까먹었고 그가 요구하는 건 한 여자아이의 생명을 빼앗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그의 심리묘사는 이치에 맞고 그런 비논리성 때문에 오히려 드라마의 진실성이 생깁니다. 적어도 이야기를 계속 끌어갈 수 있는 동기는 세워진 겁니다. 


그러는 동안 엄마 연희에게도 캐릭터와 드라마가 제공됩니다. 딸을 지극하게 사랑하는 보통 엄마로부터, 그런 사랑 때문에 점점 용납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인물로 가는 거죠. 장기를 위해 쉽게 1,2억을 내줄 수 있는 강남 유치원 원장이라는 위치 때문에, 소위 콜떼기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휘도와 자연스럽게 계급 갈등을 만들어내기도 하고요. 이 정도면 이야기의 재료는 충분히 갖추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근데 정작 갈등이 시작되고 이야기가 흘러가면 [심장이 뛴다]는 슬슬 재미가 없어집니다. 이야기를 충분히 만들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하고 그냥 적당히 굴러간다는 느낌이랄까. 정말 대단한 위험은 느껴지지 않고, 갈등에는 날이 빠져 있습니다. 할 건 대충 다 하는 것 같은데, 뭔가 많이 모자라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는 감독이 너무 맘이 좋아서인 것 같습니다. 그는 연희와 휘도를 극단으로 밀고 갈 생각이 없어요. 모두의 사정을 들어주고 공평한 태도를 취하려 하죠. 하지만 갈등이 처음부터 무리한 억지에서 시작되었고 결말이 정해진 상황에서 그러면 안 됩니다. 할 이야기가 제한이 되는 거죠. 


윤재근은 그 결과 생긴 빈틈을 신파로 해결하려 합니다. 이 영화에는 징징 짜는 80년대식 배경음악을 깔아놓고 주인공들이 혼자 눈물 독백을 하는 장면들이 불필요할 정도로 많아요. 이런 식으로 캐릭터의 동기를 말로만 정당화해놓으니 정작 화면에서 그들이 실제로 저지르는 행동은 반대로 정이 뚝뚝 떨어질 때가 많습니다. 도대체 얻는 게 없는 거죠. 더 나쁜 건 결말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지만, 그건 그냥 감상적인 거짓말이에요.


배우들은 모두 자기 일을 하고 있지만, 영화가 흘러가는 동안 조금씩 망가져가는 캐릭터를 구원하지는 못합니다. 특히 김윤진은 점점 비슷한 틀 안에 자신을 가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로스트] 촬영 이후 이 배우가 찍은 한국 영화들은 구별하기가 쉽지 않아요. (10/12/24)


★★


기타등등

꼬마애가 레인보우 열성팬입니다. 심지어 아픈 몸을 끌고 콘서트에도 가는데, 팬들은 대부분 교복 입은 여자애들. 아무래도 이 영화의 배경은 레인보우가 여성팬들을 흡수한 근미래인가 봅니다. 


감독: 윤재근 출연: 김윤진, 박해일, 김상호, 정다혜, 주진모, 강신일, 박하영, 다른 제목: Heartbeat, 대결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Heartbeat.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5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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