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 스토리 3 Toy Story 3 (2010)

2010.07.10 16:20

DJUNA 조회 수:26046


[토이 스토리]의 세계는 저에게 공포물의 공간입니다. 자신의 힘으로 삶을 통제하지 못하는 작은 지성체들이 오로지 주인인 어린아이의 변덕스러운 사랑에 의지하며 존재를 유지하는 세계죠. 아이들의 사랑이 식어버리면 이들 장난감들은 죽거나 버려지거나 잊혀집니다. 어느 쪽이 가장 나쁜 건지는 모르겠어요.


세 편의 [토이 스토리] 영화들은 모두 이 무시무시한 세계의 공포를 다루고 있습니다. 1편은 아이의 사랑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공포, 2편은 그 아이로부터 떨어져 잊혀질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에 대한 공포. 그리고 3편은 이미 거의 어른이 된 바로 그 아이가 대학교에 가기 위해 집을 떠나기 며칠 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앞의 설정들이 서스펜스를 불러일으키는 정도였다면 마지막 3편은 결정타입니다. 드디어 올 것이 온 것입니다. 


앞의 영화들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번 영화에서도 장난감들은 생존을 위해 바쁩니다. 그리고 그러는 동안 앞으로의 생존을 위해 선택을 해야 하지요. 그리고 이 모든 것의 무대가 되는 곳은 이들이 어쩌다 가게 된 탁아소입니다. 이 탁아소는 전편의 장난감 박물관이 그랬던 것처럼 장난감들에게 대안적인 삶의 가능성을 제공해줍니다. 단지 박제된 천국과도 같았던 박물관보다는 조금 더 나은 곳입니다. 고정된 주인이 없이 아이들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오히려 버려지지 않고 영생을 누릴 수 있는 곳이죠. 네, 물론 진짜 영생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시리즈에서 장난감들의 목표는 '영생'을 좇는 서구종교의 추구와 비슷한 구석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천국은 그냥 얻을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토이 스토리]의 세계가 그렇게 밝기만 한 곳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 영화의 탁아소에도 악이 있고 음모가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 속의 악당들에게는 다들 그들을 지금의 악당들로 만든 심각한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이 영화의 장난감들에게 그런 게 없다면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 아닙니까?)하여간 이들에게 '영생'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쟁취해야 하는 것입니다. 


영화는 주인공들이 최대한의 액션을 펼칠 수 있도록 이 환경을 이용합니다. 저번 영화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번 액션들 역시 탈옥 영화나 포로수용소 영화의 변주입니다. 주인공들은 감시가 지독한 폐쇄된 공간에서 탈출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치밀한 계획과 시계장치처럼 정확한 협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구체적인 상황이나 계획이 어떤 것인지는 말할 수 없고, 전 그냥 [토이 스토리 3]이 일급의 탈옥영화라는 점만 밝히기로 하겠습니다. 


영화는 일급의 코미디이기도 합니다. 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미국 문화 인용들을 따라가야 하긴 하지만, 지금 우리 관객들에게 그건 그렇게까지 어려운 숙제는 아닐 겁니다. 대부분 토토로가 누구인지, 바비와 켄의 역할극이 어떤지 알고 있을 테니까요. 영화는 이들의 고정된 이미지를 갱영화나 멜로드라마와 같은 기성품 장르와 결합해서 코미디를 만들어내는데, 슬슬 바닥을 보일 것 같은 이 익숙한 게임에서 여전히 영화가 성공하고 있는 걸 보면 신기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영화의 진짜 힘은 이 뻔한 잡탕을 이용해 사람 마음을 울리는 진지한 드라마를 끌어냈다는 데에 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픽사가 우리에게 제공한 영화들을 수없이 돌려본 결과, 전 이들이 어떻게 이런 결과물을 만들어내는지 대충은 짐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겨우 그들의 매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일 뿐입니다. 그들의 결과물은 여전히 놀라움의 대상이에요. 역시 스포일러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없는 영화의 결말이 그렇습니다. 얼마나 단순하고 논리적인가요. 그러면서도 얼마나 정확히 정곡을 찌르고 있나요. (10/07/10)



기타등등

3D 영화지만 3D 효과가 두드러지는 장면들은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관객들은 드라마에 빠져 3D가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넘어갈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 영화 앞에 나오는 단편인 [낮과 밤]은 반드시 3D로 보셔야 합니다. 3D가 빠지면 거의 의미가 없는 영화니까요.


감독: Lee Unkrich, 출연: Tom Hanks, Tim Allen, Joan Cusack, Ned Beatty, Don Rickles, Estelle Harris, Michael Keaton, Wallace Shawn, John Ratzenberger, John Morris, Jodi Benson, Emily Hahn, Blake Clark, Laurie Metcalf


IMDb http://www.imdb.com/title/tt0435761/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66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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