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셉션 Inception (2010)

2010.07.13 17:35

DJUNA 조회 수:40728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은 소품입니다. '꿈의 탐사'라는 아이디어는 장자와 프로이트를 믹스한 20세기 후반 SF 소설들에게 빌려왔으니 특별히 도전적일 것이 없고, 이야기의 틀을 구성하는 장르는 케이퍼물이죠. 이렇게 보면 그냥 마음을 비우고 가볍게 시작하는 이야기처럼 보이고, 실제로 계획 초반에는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구체적인 줄거리를 보더라도 특별한 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주인공 코브는 사람들의 꿈 속으로 들어가 기밀 정보를 뽑아내는 것이 전문인 '추출자'입니다. 그는 기업가 사이토로부터 경쟁 회사의 후계자의 마음을 개조해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이 작업이 바로 영화 제목에도 나온 '인셉션'이죠. 코브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을 조직해 계획에 착수하는데, 척 봐도 여기서부터는 SF판 [오션스 일레븐]입니다. 그리고 이 틀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갑니다. 소재와 장르가 빚어내는 시너지 효과는 어떠냐고요? 그렇게 큰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셉션]은 예상 외로 큰 영화이며 그렇게 진부해보이지도 않습니다. 반대로 보면 볼수록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 그 인상은 계속 증폭되기만 하지요. 그럼 도대체 놀란은 이 익숙한 공식으로 무엇을 했던 걸까요?


단서는 그가 아이디어를 다루는 방법에 있습니다. 아까 전 이 장자/프로이트 아이디어가 장르 기성품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요새 쓰기엔 지나치게 정신분석 티가 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놀란이 이 익숙한 기본 아이디어를 다루기 위해 동원한 중간 아이디어들은 예상 외로 신선합니다. 신선할 뿐만 아니라 정교하기도 하죠. [메멘토]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는 그가 몇 가지 전제를 동원해 구축한 세계의 규칙과 논리를 끝까지 몰고 갑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꿈이 따랐던 현실은 그 논리에 의해 조금씩 파괴되고 그러는 동안 관객들에게는 새로운 세계가 열립니다. 


그 결과 만들어진 영화의 구조는 환상적입니다. 전 작은 호두껍질 안에 꼬깃꼬깃 구겨진 채 박혀 있는 거대한 그림을 떠올렸습니다. 층층으로 겹쳐진 [인셉션]의 세계는 늘 안이 밖보다 넓고 큽니다. 그러다 보니 이 겹쳐진 세계를 뚫고 밑으로 들어가는 단테식 여정은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더 거대해집니다. 그러다보니 여기에 심어놓은 코브의 내면 드라마도 그에 걸맞은 무대를 맞게 되고요.


[인셉션]에서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초자연적인 환상이 지극히 영화적이라는 것입니다. 코브 일행이 꾸고 탐사하는 꿈은 모두 영화의 은유로 치환될 수 있습니다. 환상적인 시각화도 그렇지만 영화가 시간을 다루는 방법은 더 그렇죠. [인셉션]은 결국 영화에 대한 꿈입니다. 꿈을 이루는 구조물 역시 영화의 조각들이라 할 수 있고요. 놀란은 결국 이를 통해 자신의 작업에 대한 고백을 늘어놓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그 고백은 여전히 관객이 극장 안에서 꾸는 꿈일 수밖에 없지요. (10/07/13)



기타등등

영화 내내 들려오는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를 들으며 마리옹 코티야르의 이전 영화를 떠올리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감독: Christopher Nolan, 출연: Cillian Murphy, Tom Berenger, Marion Cotillard, Pete Postlethwaite, Michael Caine, Lukas Haas

IMDb http://www.imdb.com/title/tt1375666/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52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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