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트 Salt (2010)

2010.07.22 14:46

DJUNA 조회 수:19605



[솔트]의 이야기는 1970년대에 나왔다면 딱이었을 겁니다. 정말 그 시대의 이야기거든요. 소련 첩보조직이 어렸을 때부터 미국인으로 교육받은 스파이들을 미국 곳곳에 뿌렸습니다. 이들은 평범한 시민으로 살다가 일단 명령을 받으면 미국을 붕괴시키기 위한 살인기계로 변합니다. 영화 본편에서도 언급되지만, 이런 이야기는 냉전시대의 도시전설이라고 할 만한 것으로 현실세계보다는 꿈의 영역에 속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지금 가능하냐고요? 못할 건 없죠. 악당들을 구소련의 영광을 꿈꾸는 복고주의자들로 만들면 됩니다. 


영화는 이 이야기를 어떻게 심었을까요? 도입부는 전형적인 히치콕식 누명 쓴 남자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이 경우는 여자지만요. CIA 요원 에블린 솔트는 북한에서 풀려난 뒤 거미연구가와 결혼해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러시아 스파이라는 작자가 나타나 구소련의 첩보원이 미국 부통령 장례식에 손님으로 오는 러시아 대통령을 암살할 거라고 말합니다. 문제는 그 스파이의 이름이 에블린 솔트라는 거죠. 


이 사실이 밝혀지면서부터 영화는 그냥 논스톱입니다. 에블린은 자신을 잡으려는 동료들을 피해 탈출합니다. 그 뒤로도 또 누군가를 만나고 임무를 수행하고 복수를 하고 그밖의 여러 가지 일을 하기 위해 전속력으로 뛰고 날고 떨어지고 구릅니다. 심리묘사나 드라마 같은 건 거의 없습니다. 이 영화에서 안젤리나 졸리의 몸을 빌린 솔트는 철저하게 물리적 충돌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재미 대부분도 여기에 있습니다. 군더더기 없는 액션의 연속인 거죠.


예상과는 달리 솔트는 그렇게 쉽게 몰입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닙니다. 영화는 거의 끝날 때까지 솔트의 속마음을 밝히지 않거든요. 안젤리나 졸리가 그냥 악당인 채로영화가 끝날 수도 없는 거겠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그 모호한 상태를 끝까지 가져가고 또 그 해결책도 우리가 생각한 것처럼 하얗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액션 영화 [솔트]에 이런 성격은 조금 손해가 됩니다. 액션의 몰입도가 살짝 떨어지니까요. 스파이물로서 이건 충분히 할 수 있는 선택입니다. 단지 냉전시대 에스피오나지 영화와 비교한다면 입체성이 부족하죠. 이런 이야기는 느릿한 속도로 모호함을 살려야 맛이 사는데 말입니다.


그래도 [솔트]는 신나는 영화입니다. 이야기는 말이 안 되고 도입부의 모호한 재미를 제대로 살리지는 못하지만, 빠르고 짧고 리듬감 좋고 액션의 종류도 다양하고 안젤리나 졸리의 액션도 맞춤복처럼 잘 어울립니다. 단지 영화를 보면서 정치나 역사, 논리에 대해 지나치게 깊이 생각하면 여러분은 지는 겁니다. (10/07/22)



기타등등

북한장면이 나왔을 때는 손발이 오골오골했습니다. 


감독: Phillip Noyce, 출연: Angelina Jolie, Liev Schreiber, Chiwetel Ejiofor, Daniel Olbrychski, August Diehl


IMDb http://www.imdb.com/title/tt0944835/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50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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