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킹 우드스탁 Taking Woodstock (2009)

2010.07.27 21:24

DJUNA 조회 수:12961


엘리엇 타이버가 도대체 누구길래, [테이킹 우드스탁]이라는 영화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걸까요? 사연은 이렇습니다. 1969년, 그는 주말마다 망해가는 부모의 모텔 운영을 도우러 캐츠킬로 내려오는 뉴욕의 인테리어 디자이너였어요. 그러다 이웃마을 월킬에서 주민 반대 때문에 락 페스티벌을 취소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자, 잽싸게 그 사람들에게 전화로 걸어 "우리 마을로 오세요!"라고 했다죠.  그리고 3주 뒤, 우드스탁의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세월이 아주 오래 흐른 뒤, 타이버는 톰 몬티와 함께 그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테이킹 우드스탁]이라는 회고록을 썼고, 그게 이안의 신작 영화 원작이죠.


따지고 보면 타이버가 한 일은 별로 없습니다. 우드스탁에 참여한 수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업적을 생각해보면 사소하다고 할 수 있지요. 타이버 때문에 지금의 우드스탁의 역사가 씌여졌지만 꼭 타이버가 전화를 걸지 않았어도 역사가 크게 바뀌었을 것 같지는 않잖아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이버를 주인공으로 우드스탁 영화를 만든다는 아이디어는 어색하지 않습니다. 진짜 우드스탁 페스티벌이 어떤지 알고 싶으면 얼마 전에 블루레이로도 나온 유명한 다큐멘터리를 보면 되겠죠. 타이버는 우리가 알고 있는 우드스탁의 뒷모습이 어땠는지, 페스티벌을 보고 즐기고 인생의 영감을 얻은 평범한 사람들이 어땠는지를 말해주는 증인입니다. 


대만 출신의 감독 이안이 이런 미국적 소재로 영화를 만드는 게 이상한가요? 그렇지는 않죠. 이안은 경력 초기부터 미국이라는 나라를 다룬 일련의 영화들을 만들어왔으니까요. 남북전쟁, 서부극, 카우보이, 만화책 수퍼영웅, 70년대 교외 가족... 소재도 다양해요. [테이킹 우드스탁] 역시 이런 탐구 과정의 일부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안이 꾸준히 돌아오는 테마들도 여전히 나옵니다. 가족과 동성애지요. (엘리엇 타이버는 동성애자이고 이 영화에서도 그의 성적지향성은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다소 자기과시적인 회고록에 비해, 영화는 담담하고 소박한 편입니다. 그에 따라 캐릭터도 조금씩 바뀌었고요. 제 생각엔 영화 속의 타이버가 실제 타이버보다 훨씬 호감가는 젊은이였을 것 같아요. 회고록에서 그가 일관성있게 유지하고 있는 부모나 주변 사람들에 대한 매서운 태도도 많이 수그러들었고요. 과거의 감정들을 여과없이 토해내는 타이버와는 달리, 이안과 샤머스는 이들을 보다 성숙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타이버의 엄마는 참 견디기 힘든 사람이었을 것 같지만요.


그럼 영화는 우드스탁이 뭐였다고 말하는 걸까요? 이 영화에서 우드스탁은 분명한 누군가의 의지가 반영된 행사가 아니라 거의 자연의 힘에 의해 쓸려가는 카오스입니다. 여기에 에너지와 모양을 제공해주는 것은 60년대 당시의 시대정신이고요. [테이킹 우드스탁]은 당시 60년대가 얼마나 젊고 낙천적인 시대였는지,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달콤한 꿈을 꾸었는지, 그들의 꿈에 미국이라는 나라가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그리고 그 시기가 얼마나 빨리 끝나버렸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테이킹 우드스탁]은 확실히 이안이 만든 다른 미국 소재 영화보다 가벼운 구석이 있습니다. 칸 영화제에서 이 작품이 미지근한 평을 받았던 것도 그 때문이겠죠. 하지만 이안이 늘 엄청난 무게를 담은 심각한 영화만 만들었던 건 아니죠. 이 영화의 나른한 가벼움은 이치에 맞으며 사랑스럽습니다. 그리고 부럽기도 하죠. 젊은 시절을 진짜 젊은이로 살 수 없는 지금의 우리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고. (10/07/27)



기타등등

1. 잠시 나오는 폴 다노를 찾아보세요.


2. [솔트]에 이어 이 영화를 보다보니 연속으로 나오는 리에브 슈라이버의 변신이 참 대단하게 느껴지더군요.



감독: Ang Lee, 출연: Demetri Martin, Henry Goodman, Imelda Staunton, Emile Hirsch, Eugene Levy, Jonathan Groff, Liev Schreiber


IMDb http://www.imdb.com/title/tt1127896/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51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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