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펜더블 The Expendables (2010)

2010.08.11 09:47

DJUNA 조회 수:14807

실베스터 스탤론, 미키 루크, 브루스 윌리스, 아놀드 슈왈제네거, 돌프 룬드그렌, 에릭 로버츠, 제이슨 스테이텀, 이연걸. [익스펜더블]에 나오는 배우들의 이름을 열거하고 있으면 심각하게 시대착오적인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들이 모두 한물 간 사람들이라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이런 배우들이 단체로 나오는 액션 영화라면 80년대 비디오 가게에서 빌려온 꼬질꼬질한 VHS 테이프의 모습을 하고 있을 것 같지 않습니까? 특히 다른 배우들과는 달리 전적으로 이 세계에만 속해 있는 돌프 룬드그렌의 이름이 언급될 때는요. 비교적 현역인 제이슨 스테이텀의 이름은 오히려 튑니다. 


실베스터 스탤론이 이 영화를 통해 노리는 것도 바로 그런 시대착오적 감성입니다. 람보나 록키와 같은 기존 캐릭터를 쓰지 않는다고 해서 그가 과거에서 벗어난 무언가 새로운 영화를 만들 생각이 있는 건 아니에요. 그는 그가 속해 있는 80년대 액션영화의 전통을 10년대에 그대로 가져오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내용은 전혀 안 중요해요. 이들의 팬이었을 노숙한 관객들이 기억하는 장르 공식을 그대로 과장해서 재현하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 독창적일 필요는 전혀 없어요. 오히려 진부할수록 좋은 겁니다. 


그래도 형식적으로나마 줄거리를 읊어본다면... 실베스터 스탤론이 연기하는 바니 로스는 익스펜더블스라는 용병집단의 리더입니다. 그는 브루스 윌리스가 연기하는 처치라는 인물을 통해 라틴 아메리카에 있는 작은 섬에서 독재자 행세를 하고 있는 장군 하나를 제거해달라는 요청을 받습니다. 그 장군의 뒤에는 에릭 로버츠가 연기하는 미국인 악당 제임스 먼로가 있고요. 이들에겐 동기도 있고 사연도 있지만... 네, 진짜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에릭 로버츠는 죽어도 싼 악당이며, 그만큼이나 죽어도 싼 부하들을 잔뜩 가지고 있습니다. 그게 이 영화의 유일한 존재 이유예요. 바니 로스와 친구들의 임무는 그들을 총과 칼과 폭탄으로 날려버리는 것이며, 그 조건이 충족된다면 이야기는 어디로 향해도 됩니다. 


당연히 드라마는 최소화됩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모든 것들은 남자 주인공들에게 폭력행위를 휘두르게 만든 동기로만 존재합니다. 로맨스, 과거의 상흔, 팀원들의 갈등, 단골집에서 하는 오락시간 모두가요. 그 때문에 어쩌다 이들 사이에 끼어든 여자들은 처량해집니다. 이 영화에서 의미있는 여자는 단 두 명이 나오는데요. 한 명은 나쁜 남자에게 얻어맞아 주인공에게 분노의 복수를 허용하게 하기 위한 도구이고, 다른 한 명은 익스펜더블즈 일당들에게 동기와 짐이 되기 위해 온갖 말도 안 되는 민폐를 스스로 자처하는 사람입니다. 보다보면 갑갑함을 넘어서 어이가 없을 지경이죠. 


나머지는 몽땅 폭력입니다. 근육질의 남자들이 엄청나게 커다란 금속 무기들을 들고 역시 그들만큼 근육질에 무기도 많은 악당들을 찌르고 자르고 뚫고 분해합니다. 딱 여러분이 이런 식의 80년대 액션영화에서 기대할만한 액션이죠. 단지 신체 파괴는 80년대보다 강도가 셉니다. [람보 4: 라스트 블러드]에 나왔던 CG 피칠갑 액션을 기억하십니까? 그 정도를 기대하시면 되겠습니다. 


저에게 조금 실망스러웠던 건 대규모의 캐스팅을 운용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건 처음부터 어느 정도 예상되었건 거죠. 브루스 윌리스나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카메오에 불과하다는 건 시작부터 당연했으니까요. 하지만 미키 루크 역시 액션 뒤에 물러나 있는 건 실망. 스포츠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는 저에게는 그 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프로레슬러들의 얼굴이 낯설기 그지 없으니 바니 로스가 결성한 최강 특공대가 조금은 허해보입니다. 


[익스펜더블]은 액션영화가 아니라 액션영화를 재료로 한 꿈이고 회상이고 포르노입니다. 역전의 용사들이 심심풀이 땅콩으로 만든 동창회 프로젝트일 수도 있고 그냥 농담일 수도 있죠. 이 가능한 동기와 의도들을 모조리 빼면 남는 건 투박하게 만들어진 B급 영화 뿐입니다. 그것도 나쁜 건 아니겠지만, 일부러 발품팔아 극장을 찾는 관객들은 그것만 기대하고 온 건 아니죠. 최소한의 공범의식은 모두에게 필수인 겁니다. (10/08/11)



기타등등

혹시 실베스터 스탤론이 [버피] 팬입니까? [람보 4: 라스트 블러드]에서는 줄리 벤즈가 나왔잖아요. 이 영화에는 카리스마 카펜터가 나오던데.


감독: Sylvester Stallone, 출연: Sylvester Stallone, Jason Statham, Jet Li, Dolph Lundgren, Eric Roberts, Mickey Rourke, Terry Crews, Steve Austin, Randy Couture, David Zayas, Giselle Itié, Charisma Carpenter


IMDb http://www.imdb.com/title/tt1320253/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5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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