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게, 위대하게 (2013)

2013.06.09 21:25

DJUNA 조회 수:20127


될 수 있는 한 짧게 이야기하겠습니다. 네, 전 어제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봤습니다. 아뇨, 원작은 안 읽었습니다. 그래도 살짝 조사를 했는데, 지나칠 정도로 원작에 충실하다고 하지만, 분량 때문인지 몇몇 부분이 잘렸다고 하더군요. 많이들 영화에서는 오지랖 넓은 국정원 직원으로 나오는 서수혁 캐릭터가 축소된 걸 아쉬워하던데, 들어보니 이해가 됩니다.

결론부터 내리면 별 재미가 없었습니다. 재미있는 설정은 있습니다. 달동네 슈퍼마켓에서 일하는 동네 바보가 북한에서 내려온 엘리트 스파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상황이 제대로 살아나는 부분은 거의 없습니다. 초반에 화장실 개그를 몇 분 던지고 끝나버리죠.

영화는 건성으로 위장한 BL물이기도 합니다. 동네 바보 스파이와 중반부터 등장하는 전학 온 고등학생 스파이는 같이 있는 내내 유사 연애를 하죠. 이것도 제대로 발전시키면 재미는 있겠는데, 역시 별다른 발전은 없습니다. 그냥 주어진 상황 하에서 고래고래 고함만 질러댈 뿐이죠.

그렇다면 남은 시간 동안 액션으로 흘러가는 게 정석일 텐데, 이게 완전히 엉망입니다. 제대로 된 액션이 가능하려면 캐릭터의 가능성이 제대로 살고 동기가 분명해야죠. 이 영화에는 그런 게 없습니다. 엘리트 요원이라는 녀석들에게 기껏 주어진 명령은 자살이고, 주인공들은 이 어처구니 없는 명령에 대한 어떤 의견도, 대책도 없습니다. 그냥 우왕좌왕하는 게 전부죠. 그러는 중간에 드라마가 들어가긴 하는데, 그게 참으로 장황하고 지루합니다. 한국영화의 만병통치약인 '엄마'를 남발하며 신파질을 하는 게 전부죠.

배우들은 괜찮고 캐스팅도 좋은 편입니다. 전 간첩들의 두목 역을 한 손현주가 좋았습니다. 김수현은 기본기가 되어 있고 다소 잡다한 자신의 캐릭터를 즐기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캐릭터와 드라마에 갇혀서 그 자리를 빙빙 돌 뿐 그 이상을 넘어서지는 못합니다.

제가 이 글을 끄적이는 동안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300만을 돌파했습니다. 이 흥행돌풍이 언제까지 이어질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흥행성적과는 상관 없이 지루하고 방향 없는 영화라는 것입니다. 이런 영화가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의 감독이 만든 차기작이라니 슬플 뿐입니다. (13/06/09)

★★

기타등등
대사가 잘 안 들리지 않았습니까?

감독: 장철수, 배우: 김수현, 박기웅, 이현우, 손현주, 박혜숙, 김성균, 고창석, 장광, 신정근, 이채영, 최우식, 홍경인, 박은빈, 이연경, 다른 제목: Secretly and Great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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