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빙 (2016)

2017.03.04 23:08

DJUNA 조회 수:6270


[4인용 식탁]의 이소연 감독이 오래간만에 신작 장편 [해빙]을 들고 왔습니다. 이번에도 호러 스릴러예요.

제가 좀 두려워하는 공포증으로 시작하는 영화입니다. 수면내시경 헛소리요. 주인공인 의사 승훈은 수면내시경 검사를 하다가 환자가 연쇄살인을 고백하는 잠꼬대를 듣습니다. 그리고 그 환자는 하필이면 승훈이 이혼 이후 살고 있는 건물 집주인의 아버지였고, 승훈의 병원이 있는 신도시는 아파트들이 들어서기 전엔 미해결 연쇄살인으로 유명했었지요.

이 정도면 추리물의 도입부로 훌륭하죠. 범인은 있는데 희생자가 누군지는 모르고 증거도 없고. 거꾸로 된 본격 추리물인 겁니다. 승훈은 추리소설 애독자이기도 하니 아마추어 탐정으로도 그럴싸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 방향으로 안 갑니다. 일단 관객들은 승훈을 온전히 믿을 수 없습니다. 그는 사건을 수사하는 대신 겁에 질리고 악몽에 시달립니다. 게다가 승훈 자신의 짐이 만만치가 않죠. 이혼했고 경제적 문제도 만만치 않고. 한마디로 기가 약해보이는 남자입니다.

그의 악몽을 구경하는 것은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30분 정도 지나면 좀 지칠 수밖에 없습니다. 비슷한 이야기들이 반복되고 있고 그 정도 지나면 이 영화가 어디로 갈 생각인지 보이거든요. 그런데도 끊임없이 이 게임을 연장하고 있으니까요.

어느 정도 사건이 정리된 뒤부터 영화는 설명을 시작하는데, 이게 너무 길어집니다. 분명 직접 영향을 받았을 [싸이코]보다 훨씬 길어요. 그 자체가 재미없는 건 아닌데, 그래도 너무 장황해서 균형이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고 끝에 가면 좀 맥이 풀리죠.

배우들의 활용은 좋습니다. 조진웅은 주연배우로서 온갖 재미를 다 보고 있고 결과물도 좋습니다. 김대명과 신구보다 더 역에 어울리는 배우는 상상하기 어렵고요. 언급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썩 재미있는 영화라 전 큰 불만은 없는데, 조금 더 정리된 각본으로 작업했다면 좋았을 거란 아쉬움이 있습니다. (17/03/04)

★★☆

기타등등
영화보면서 몰입했던 이유 중 하나. 바로 전날에 저도 수면내시경 검사를 받았거든요.


감독: 이수연, 배우: 조진웅, 신구, 김대명, 송영창, 이청하, 윤세아, 김주령, 윤다경, 다른 제목: Bluebeard

IMDb http://www.imdb.com/title/tt659934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37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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