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UFO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덜한 편이죠. 오래 되었으니 지칠 법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스토리텔링 때문인 것 같습니다. 40년대 후반의 냉전시대엔 UFO가 당시 SF적 서사에 딱 들어맞았어요. 다른 별에서 우주선을 타고 날아 온 외계인들이 지구인을 대상으로 음모를 꾸미거나, 반대로 지혜를 전파한다는 건 그럴싸하게 들렸지요. 하지만 지금과 같은 인터넷과 드론의 시대엔 같은 UFO를 보더라도 의문을 품게 됩니다. '저게 굳이 외계인이 안에 들어 있는 탈것일 필요가 있을까?'

프레드 F. 시어스의 [지구 대 비행접시]는 UFO에 대한 대중의 공포증을 50년대 SF 영화의 틀 안에서 해석한 영화입니다. 50년대엔 이런 영화가 많았는데, 이 영화는 그 중에서도 기준점이 될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어요. 당시 유명했던 UFO 저술가인 도널드 키호라는 사람의 논픽션 책 [Flying Saucers from Outer Space]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 키호도 이렇게 노골적인 주장을 하지는 않았겠지요.

영화의 비행접시는 흔해빠진 1950년대 외계인이 조종하는 탈것입니다. 이들은 멸망한 태양계에서 온 고등종족으로 지구를 정복할 계획이에요. 왜 굳이 그래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수도 얼마 안 되는 것 같으니 그냥 허가받고 살아도 편하게 잘 지낼 수 있을 거 같은데. 물론 외계인들을 혐오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지만 고등과학기술을 갖고 있으니 그걸로 맞서면 될 거고. 하지만 1950년대 외계인들은 그런 생각을 안 하죠. 비행접시로 지구의 유명한 건물들을 부수어야 직성이 풀립니다. 다행히도 지구인들은 잽싸게 비행접시를 때려잡을 수 있는 무기를 발명합니다. 그리고 전쟁이 벌어지지요.

이 이야기는 [인디펜던스 데이]의 내용처럼 들리기도 하는데, 그 영화가 이 영화의 직계 후손이니 당연하다 하겠습니다. 스필버그의 [미지와의 조우]는 훨씬 평화로운 영화지만 그래도 이 영화의 영향이 있어요. 당시에도 그리 독창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 장르에 속한 후대 영화들에 중요한 레퍼런스가 된 작품입니다.

이 영화의 특수효과를 담당한 건 레이 해리하우젠이었습니다. 요새 대부분 관객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도 해리하우젠의 참여입니다. 빙빙 도는 비행접시, 비행접시와 충돌에 무너지는 건물과 같은 것이 스톱 모션으로 표현돼요. 솔직히 굳이 이 기술을 쓸 필요는 없었을 거예요. 해리하우젠의 테크닉이 더 적절하게 쓰인 다른 영화들이 있고요. 하지만 그래도 해리하우젠의 참여가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든 건 부인할 수 없을 듯합니다. (20/03/31)

★★★

기타등등
예스러운 50년대 스타일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는 비행접시들에 비해 외계인의 우주복은 너무 못생겼어요.


감독: Fred F. Sears, 배우: Hugh Marlowe, Joan Taylor, Donald Curtis, Morris Ankrum, John Zaremba, Thomas Browne Henry, Grandon Rhodes, Larry J. Blake, Charles Evans, Harry Lauter, Paul Frees

IMDb https://www.imdb.com/title/tt0049169/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52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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