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키 데스데이 Freaky (2020)

2020.11.28 22:41

DJUNA 조회 수:4685


크리스토퍼 랜든의 신작 [프리키 데스데이]의 원제는 그냥 [Freaky]. 조디 포스터 주연의 디즈니 영화 [프리키 프라이데이]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다는 걸 밝히는 제목이지요. 요새 관객들은 린지 로핸이 나오는 리메이크 영화가 더 친숙하려나요? 하여간 둘 다 동명의 원작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니 리메이크라고 부를 필요까지는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여간 [프리키 프라이데이]는 엄마와 딸의 몸이 바뀌는 이야기입니다. [프리키 데스데이]에서는 연쇄살인마와 희생자의 몸이 바뀌고요.

캐스린 뉴턴이 희생자인 고등학생 밀리 케슬러를, 빈스 본이 중년의 연쇄살인마 블리스필드 도살자를 연기합니다. 이들의 몸이 바뀐 건 살인마가 라 돌라라는 고대의 칼을 무기로 썼는데, 그만 그 칼과 관련된 마야의 저주가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이지요. 24시간 안에 저주를 풀지 않으면 두 사람은 바뀐 몸 안에 갇히게 됩니다. 살인마 몸에 갇힌 밀리가 사건을 해결하려 뛰어다니는 동안 밀리 몸에 갇힌 살인마는 살인을 저지르고 다닙니다.

아이디어가 가장 재미있고 (그런데 재활용) 그 아이디어 안에 이야기가 갇힐 수밖에 없는 영화입니다. 아주 새로울 수는 없고 해법은 정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나이도 성도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두 배우가 잘 해주고 각본이 이를 지원해준다면 예상 가능하더라도 재미있는 코미디가 될 수 있지요. 이들이 완벽하게 뒤집힌 연기를 할 필요도 없습니다. 미묘하게 실패하는 지점도 재미있으니까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영화지만 [스크림]스러운 초반을 제외하면 그렇게 무서운 영화는 아닙니다. 그건 관객들이 이후 살인마에게 어느 정도 감정이입을 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어쩌다 보니 살인마의 희생자들은 밀리를 괴롭히는 악당들로 제한됩니다. 그리고 살인마는 여전히 밀리의 몸을 입고 있기 때문에 그 나이 또래 십대 여자아이들의 핸디캡을 그대로 갖고 있어요. 여러분은 캐스린 뉴턴이 덩치 큰 미식축구 선수들의 위협을 받는다면, 뉴턴이 무슨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건 일단 뉴턴 편을 들 겁니다. 살인마가 조금 더 깊이 있는 캐릭터라면 그 경험을 통해 뭔가 배우겠지만 그런 일은 당연히 일어나지 않지요.

빈스 본의 몸에 들어간 밀리는 보다 복잡한 코미디에 말려듭니다. 원래부터 학교 계급 밑바닥이었는데 (캐스팅 때문에 그렇게 믿음은 안 가는 설정입니다) 심지어 경찰에게 쫓기는 살인마의 몸을 입었습니다. 좋아하는 남자애가 있는데, 하필이면 이 몸을 입었을 때 관계가 시작됩니다. 대놓고 게이인 친구 한 명을 제외하면 이성애자 중심으로 진행되는 영화지만 이 영화는 몸과 정신을 생각보다 융통성 있게 다룹니다.

사방에서 살인이 벌어지고 시체가 손상되지만 착하고 귀여우며 의외로 건전한 작품입니다. 그 건전함 뒤에 싫은 사람들을 모두 잔인무도하게 죽이며 즐거워하는 대리만족이 숨어 있긴 하지만요. 하지만 슬래셔 영화에서 그 정도도 안 한다면 무슨 재미인가요. (20/11/28)

★★★

기타등등
영화 보면서 가장 생각나는 건 호러 영화나 [프리키 프라이데이] 영화가 아니라 [백 투 더 퓨처]였어요. 여러 모로 닮은 구석이 많습니다.


감독: Christopher Landon, 배우: Vince Vaughn, Kathryn Newton, Katie Finneran, Celeste O'Connor, Misha Osherovich, Alan Ruck

IMDb https://www.imdb.com/title/tt10919380/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97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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