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녀시대 Our Times (2015)

2015.10.14 12:10

DJUNA 조회 수:8958


우리나라 관객들은 [나의 소녀시대]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응답하라] 시리즈를 연상할 것 같군요. 대만 관객들은 이 영화를 [그 시절, 우리가 사랑한 소녀]의 여성판으로 보고 있고요. 감이 잡히시나요? 30대인 여자주인공이 회상하는 1990년대 고등학교 이야기입니다.

줄거리를 소개하는 게 무척 민망합니다. 그만큼이나 90년대 아시아 순정만화/텔레비전 연속극의 클리셰와 스테레오타이프가 총동원되었어요. 우리의 주인공은 안경을 쓰고 자기가 못생겼다고 믿는 소녀입니다. 주변엔 모범생인 짝사랑의 대상과 어쩌다보니 얽히게 된 불량 남학생이 있고요. 물론 불량 남학생에겐 사연이 있고... 귀여니 소설 같다고요. 그럴 수도.

하지만 [나의 소녀시대]에서 이 뻔한 이야기는 단점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영화가 이야기를 건성으로 다루고 있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발리우드 마살라 영화를 생각하시면 되겠어요. 만드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이 이야기가 진부하고 유치하고 웃긴다는 걸 알고 있지만 일단 발동이 걸리면 양쪽 모두 엄청 진지해지는 것입니다. 이 영화의 각본을 쓴 사람들이 불량 남학생의 사연을 만들어내는데 5분 이상 머리를 쓰지 않았을 거라는 데에 내기를 걸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사연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것도 아닙니다. 끝까지 이런 식이에요.

호사스러운 총천연색 와이드스크린 영화입니다. 둘 다 의미를 잃어버린지 오래된 말이지만 다른 표현은 쓰기가 싫군요. 이 영화가 그리는 90년대는 추억과 향수의 물감으로 더 진하고 화려하게 그려졌습니다. 물론 90년대 당시 아시아 대중문화의 인용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부분은 같은 시기를 통과한 우리 관객들도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거예요. 무엇보다 유덕화 팬들은. 그는 이 영화에서 진짜로 '슈퍼스타'입니다.

굉장히 신나는 통속물입니다. 통속물이라는 사실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즐기는 영화예요. 결말이 좀 긴 편이긴 하고 지나치게 많은 이야기들이 빽빽하게 들어가 있지만 전체 의도 안에서 보면 충분히 이해 가능합니다. 그리고 비비안 성을 포함한 주연배우들의 씩씩한 연기가 참 귀여워요. (15/10/14)

★★★

기타등등
전 대만판 [꽃보다 남자]를 안 봤기 때문에 모 배우의 카메오는 놓쳤습니다. 아니, 유명한 사람의 카메오라는 걸 알아차리긴 했어요. 관객석 여기저기에서 환성이 터졌으니까.


감독: Frankie Chen, 배우: Vivian Sung, Darren Wang, Joe Chen, Jerry Yan, Dino Lee, Dewi Chien, 다른 제목: Our Times

IMDb http://www.imdb.com/title/tt4967094/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42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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