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 스타 Lucky Star (1929)

2010.03.02 13:24

DJUNA 조회 수:6269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미 여러분은 [럭키 스타]의 이야기를 [제7의 천국]에서 보았습니다. 이 영화에서 자넷 게이너와 찰스 패럴이 연기한 연인들은 [제7의 천국]에서 겪었던 일들을 거의 그대로 반복해요. 전쟁 전에 만났다가, 남자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가했다 장애인이 되어 돌아오고, 둘은 다시 재회하지요.

 

단지 로맨스의 흐름이 조금 다릅니다. 시골 소녀 메리가 마을 전선을 수리하러 온 엔지니어 팀을 만났을 때, 그들에겐 로맨스의 가능성이 전혀 없었죠. 메리는 정말 어렸으니까요. 딱 군인아저씨들에게 어설픈 위문편지를 보내고 귀엽다는 말을 듣는 나이였던 겁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고 다리를 못 쓰게 된 팀이 이웃으로 이사왔을 때, 메리는 이미 다 큰 아가씨가 되어 있었죠. 지금까지 어린아이 취급해 왔던 이웃집 소녀에게 팀이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것도 이 때부터입니다.

 

[럭키 스타]에는 [제7의 천국]의 열정적인 로맨티시즘은 없습니다. 둘의 관계는 조용하고 차분해요. 영화 역시 이런 분위기 속에서 두 사람의 감정이 조금씩 변하는 과정을 꼼꼼하게 잡아냅니다. 그리고 [거리의 천사]와는 달리, 영화는 두 주연배우를 공평하게 다룹니다. 특히 찰스 패럴은 이 영화에서 배우로서 자기 재능을 최대한으로 뽑아내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안 좋은 부분은 드라마를 불어넣기 위해 만든 어설픈 삼각관계와 악당입니다. 팀의 연적이 되는 렌은 기능성 악당인 것이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서 전혀 재미가 없고 메인 스토리와 계속 어설프게 충돌합니다. 그리고 전 렌에게 맞서기 위해 기를 쓰던 팀이 갑자기 장애를 극복하고 걷게 되는 장면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답니다. 아무리 무성영화 세계의 환상적인 논리를 고려한다고 해도 말이죠. (10/03/01)

 

★★★

 

기타등등

게이너와 패럴의 마지막 무성영화입니다. 한동안 사라졌다가 최근에 네덜란드에서 필름이 발견된 모양이더군요. 한국영상자료원에서는 프레임 보정을 안 한 상태로 배경음악 없이 상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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