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우강호 Jianyu (2010)

2010.10.06 13:42

DJUNA 조회 수:16152

 

[검우강호]는 시간낭비를 하지 않는 영화입니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을 통해 관객들이 알아야 할 정보들을 우당탕탕 전달하죠. 그 정보란 이런 것입니다. 때는 명나라 시대. 인도에서 온 라마승의 미이라가 두 조각 난 채 돌아다니고 있는데, 그걸 하나로 합쳐 소유한 자에게 엄청난 능력이 생긴다는 소문이 돕니다. 무림의 깡패들이 그걸 훔치려고 모여들어 난장판이 벌어지는데, 흑석파의 세우라는 검객이 그것 반을 훔치는 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강호에 환멸을 느낀 세우는 성형수술로 얼굴을 바꾸고 정징이라는 이름의 평범한 비단장수로 살아가다가 지앙이라는 우편배달부와 결혼도 합니다. 하지만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차린 흑석파 일당들이 몰려들고 다시 피의 칼질이 시작됩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먼저 뜨는 이름은 공동감독 겸 제작자인 오우삼입니다. 하지만 그의 역할이 그렇게 큰 영화라고는 할 수 없어요. 적어도 이 영화에서 오우삼의 트레이드 마크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오우삼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지 않습니까? 강호의 의리를 논하는 남자 주인공들이 하얀 비둘기를 날리면서 슬로우모션으로 엑스트라들을 때려잡는 것 말입니다. [검우강호]에는 그런 것들이 하나도 없습니다.  슬로우모션도 없고 비둘기도 없어요. 그렇다면 오우삼보다는 이 영화의 각본도 직접 쓴 공동감독 수 차오핑의 비중이 더 컸다고 생각하는 게 상식적이지 않겠습니까? 장르를 살짝 삐딱하게 바라보는 영화의 접근법도 오우삼보다는 수 차오핑의 개성에 가깝습니다.

 

[검우강호]는 -- 경공을 쓰는 무림 고수들이 날아다니는 명나라 배경의 영화치고는 -- 현대적이고 사실적인 작품입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설정과 재료들은 현대물에서 그대로 차용한 것이나 다름 없죠. 성형수술도 나오고 은행강도도 나오고 안전금고도 나옵니다. 결정적으로 영화는 장르 영화의 감상주의를 접고 영화 속 캐릭터들을 현대인의 관점에서 냉랭하게 바라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그냥 직업 범죄자들입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의리나 대의 따위로 치장한 미화를 처음부터 포기하자, 영화는 오히려 더 솔직해지고 재미있어졌습니다. 라마승의 미이라를 강탈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이기적인 이유가 있고, 그것이 그들의 개성과 행동을 부여합니다. 그 결과는 인간적입니다. 적어도 이들은 영화 속에서 숨쉬는 진짜 인간으로서 살고 죽습니다. 음모의 껍질이 하나씩 떨어져 나가고 이들의 작고 초라한 속살이 드러나는 이야기 전개는 그 때문에 오히려 마음을 울리는 구석이 있습니다.

 

영화의 액션은 경제적이고 빠릅니다. 캐릭터들이 구사하는 다양한 개성의 무술이 불필요한 미화나 장식 없이 직설적으로 전달되지요. 영화는 이 다양한 무리들을 간결하게 정리해 짧고 굵게 칩니다. 몇몇 특수효과들은 불필요해보이거나 완벽하게 다듬어지지 않았다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최종 결과물은 재미있으며 이들 액션은 자연스럽게 드라마의 일부가 됩니다.

 

수 차오핑의 각본을 따른 영화의 전체적 인상 역시 액션과 비슷합니다. 완벽한 느낌은 없습니다. 그냥 목표를 정해놓고 마구 달리는 것 같은 모습이죠. 하지만 이야기는 끝날 때까지 에너지를 잃지 않으며 로맨스, 액션, 코미디, 드라마의 장르가 서로의 발을 밟지 않고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인 홍콩이나 본토 장르 영화보다는 살짝 절제된 배우들의 연기 스타일도 이런 절충적인 분위기를 잘 살려주고 있고요. 한마디로 실속있는 장르영화란 말입니다. (10/10/06)



기타등등

대한민국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웃을 부분은 사실 의도적인 코미디로 그려진 게 아니죠. 그 웃음은 특정 인터넷 유행에서 촉발된 것인데... 음, 더 이상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됩니다.


감독: Chao-Bin Su, John Woo, 출연: Michelle Yeoh, 정우성, Shawn Yue, Barbie Hsu, Kelly Lin, Xueqi Wang, Xiaodong Guo, Yiyan Jiang, Pace Wu, Hee Ching Paw, 다른 제목: Reign of Assassins

 

IMDb http://www.imdb.com/title/tt1460743/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1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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