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오리지널 [파라노말 액티비티]를 좋아합니다. 그 영화의 뻔뻔스러운 셋업,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고정된 카메라의 트릭, 끝까지 리듬감을 잃지 않는 크레센도 효과를 좋아해요. 따라서 [파라노말 액티비티 2]가 전작의 수법을 그냥 반복하기만 해도 전 이 영화를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건 [파라노말 액티비티 2]가 그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작품이기 때문이죠. 왜냐고요? 하나씩 열거해드릴까요?


하나. 설득력의 문제입니다. [파라노말 액티비티]가 처음부터 '진짜 같은' 영화였다고 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셋업은 관객들이 충분히 받아들일만 했어요. 케이티와 미카에게는 자신들을 꾸준히 카메라로 찍어야 할 이유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파라노말 액티비티 2]에는 그런 게 없어요. 사건들을 꾸준히 기록해야 할 주체나 동기가 흐릿하기 때문에, 이 영화를 이루는 홈 비디오 클립들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억지처럼 보입니다. 그건 영화의 '고정 카메라 트릭'인 모션 센서 카메라가 설치된 뒤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둘. 영화는 오리지널을 갉아먹습니다. [파라노말 액티비티 2]는 1편의 주인공 케이티의 동생 크리스티의 집에서 벌어집니다. 그것도 1편이 시작되기 얼마 전에요. 남편과 갓난아기인 아들, 남편의 전처가 낳은 딸이 사는 집에서 1편에서 일어난 것과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는 거죠. 자, 그렇다면 여러분은 생각하실 것입니다. 어떻게 1편에서 케이티와 미카가 이 사실을 몰랐지? 이 사태를 해결하는 방법은 얼마 없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는 그 중 가장 쉬운 해결책을 택합니다. 앞에서는 1편에서 일어난 일들을 '설명'하고 1편을 이은 에필로그에서 결말을 맺는 것입니다. 


이건 최악입니다. 1편은 커플에게 일어나는 초자연현상에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공포의 현실감은 더 커졌습니다. 그 좋은 셋업을 2편에서 스토리 만들기 쉽다고 다짜고짜 파먹고 있는 거죠. 그렇다고 그 설명이 좋기는 한 것이냐. 물론 그럴 수는 없습니다. 이런 이야기에 이치가 맞는 설명이 들어가면 그게 웃기는 거죠. 물귀신처럼 1편에 업히다가 결말 역시 1편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는 것도 문제. 그 결과 1편에서 가장 막강한 힘이었던 크레센도의 힘이 완전히 날아가버렸습니다. 1편에서 파국은 꾸준히 증가한 공포효과의 결과였습니다. 하지만 2편의 파국은 그냥 폭력일 뿐이에요. 


셋. 공포를 보여주는 방법도 안 좋습니다. 이건 앞에서 말하는 설득력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이 영화는 모큐멘터리를 의도하면서도 정작 일반 극영화 호러식으로 편집되어 있습니다. 카메라에 이상한 현상이 잡힌다면, 다큐멘터리 편집자는 그것을 끝까지 보여줄 것입니다. 하지만 [파라노말 액티비티 2]에서는 충격을 주거나 설명을 생략하기 위해 그걸 중간에 끊어버리고 다른 장면들을 밀어넣습니다. 티가 나도 너무 나는 것입니다. 가짜 깜짝 쇼가 너무 많고, 이야기 구성상 진짜 공포 장면이 들어설 구석이 얼마 없는 것도 나쁩니다. 그리고 진짜건 가짜건, 이들 중 창의성이 들어간 부분은 거의 없습니다. 


아무리 속편이 성공한 히트 호러 영화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이라고 해도, [파라노말 액티비티 2]는 존재 이유가 없는 영화입니다. 창의력이나 설득력도 문제지만...아니, 생각해보시죠. 몇 개월 동안 혈연관계인 두 가족에게 정확히 동일한 형식의 다큐멘터리를 만들 수 있는 초자연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얼마나 됩니까? (10/10/25)



기타등등

전 비교적 좋은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보았습니다. 그 중엔 스크린 위에 개 그림자가 떠도 비명을 질러댈 준비를 한 십대 아이들도 포함되어 있었죠. 이들에게 그럴 기회가 거의 주어지지 않은 건 슬픈 일입니다. 극장 밖에서 전 아이들이 친구들에게 1편이 얼마나 무서운 영화였는지 변명하듯 설명하는 걸 두 번이나 목격했습니다. 슬픈 광경이었어요.


감독: Tod Williams

 

IMDb http://www.imdb.com/title/tt1536044/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3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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